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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이두예/산역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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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두예
산역山役
지산리 극락암 오르는 길
죽은 참새의 곤두서있는 목덜미를 쓰다듬어 풀 섶에 묻어준 뒤
덤불을 쪼고 있는 또 다른 참새들 옆에 쪼그리고 앉습니다
새털보다 더 가벼울 거라 생각한 참새의 주검은 어느 날의 이별처럼 가볍지 않은 무게로 여전히 손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안녕을 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나머지 말을 머금고 있던 창백한 입술,
등을 돌리고 멀어지는 그 등의 반대쪽으로
짐짓 더 멀어지려 빠른 걸음을 걷다가 제 걸음에 넘어진 뒤에야
돌아서서 아득하고 먼 길을 바라보았습니다
환장하도록 벚꽃 흐드득 무너져 내리고
구절양장, 극락 오르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으므로 기억할 것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또 벚꽃 지고 있습니다
피고 지는 것이 아주 짧은 날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몇 날 좀 그랬습니다
문상
특1호실에서 국화 한 송이 헌화하고 상주에게 심심한 애도의 말을 전하고
길게 늘어 선 꽃 터널을 지나 영락으로 가는 방들을 빠져나오던
잠시,
어머나! 이렇게 쓸쓸한 방
보지도 못한 고인에게 절 두 번 하고 처음 만난 상주에게 절 한번 꾸벅했다
*이두예 : 2008년 시집 늪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외면하는 여자와 눈을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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