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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장상관/고드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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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장상관
고드름
과녁이던
절벽도 서슴없던
길 잃고 멀뚱멀뚱 마르던
호구요 물이었던
순둥이
처마에 매달려
기어 다니던 땅을 겨누고
한 방울 눈물 글썽
자본을 지탱해준
지팡이!
그 이름
민중
샴
친구여 요즘 들어 머릿속이 더욱 텅텅 울린다 동굴 속 기억을 훔쳐먹던 박쥐마저 가고 사계를 캐내고 벽화를 새기던 광부도 없는 텅 빈속 언제부턴가 생각이란 놈이 벽을 치며 자해를 시작했다
친구여 편하기 위한 처음 의도와 다르게 모든 기억은 이제 이동식이란 형이 관리 한다 손가락 화법으로 자판을 두드려 물어보지 않으면 그 누구도 만날 수조차 없다 어느덧 맡겨둔 기억을 찾는 절차가 복잡해졌다 편리가 불편으로 변하는 요인은 귀차니즘이었지 친구여 별에 손전등으로 우리 기별을 보낸 적이 있었지 그 빛이 달려가다 절대온도에서 얼어버리진 않았을까 만약 돌아온다면 우리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친구여 이동식은 외장형이다 버즘꽃 피던 형 집시가 되어 가끔 인편으로 전해오던 소식마저 끊긴 형을 떠올리게 한 이동식은 내 몸을 제 몸같이 같이 쓰고 심지어 심장까지 덜컹거리게 한다 한번은 강제로 분리 수술을 당하고 식물인 채로 화분에 갇히고 말았는데 태연하게 비밀번호를 발설해버렸다 모든 신용이 바닥나버렸는데도 불안한 기색도 없다 체온 따위는 금방 잊는 무정한 형 디지털 눈물도 피도 없다 0과 1밖에 모르는 자폐증으로 내 기억을 모조리 긁어가기에 여념이 없다
친구여 이제 기필코 분리해버리고 나를 살려야겠다 내버려두면 내가 어딘가로 감쪽같이 이동될지도 모르겠다 내 머리가 장식품이 된다면 슬플 시간도 없겠지 친구여 중요한 모든 관리는 형이 하고 있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제거해야겠지 나도 치매로 치욕에 들기 전에 자아를 되찾을 걸세 친구여 자네가 늦어버린 결심을 내가 이루겠네! 낯선 간병인이 달라붙기 전에 말일세 탐욕이 게으르게 달라붙어 소곤거리는 생은 이제 지겹네! 나는 지금 다나킬 모래바람 뚫고 잃어버린 낙타를 찾아 헤매는 카라반이라네
*장상관 : 경남 창녕 출생. 2008 문학.선 등단, 시집 < 결 >. 시산맥 시회 회원, 문학선 작가회 회원, 시에 문학회 회원, 한국 작가회의 회원, 울산 작가회 회원, 영남시 동인, 시와문학 동인, 변방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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