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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신작시/민구/房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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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민구
房
-블랙
일어나
커피가 식고 있어
너는 검은 도로를 걸어가는
투명한 발, 불 꺼진 도시를
응시하는 눈
내 목소리를 들으면
팔을 뻗어봐 너의 혀
뛰는 맥박에 반지를 끼워줄게
누군가 너를 부를 때
너는 아직 이름이 없어서
침대에 웅크려 있다
구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아홉 개의 꼬리
너에게 줄게
일어나 잔을 기울여
얼굴을 봐
나의 익명
房
-거울 너머
나만 들리게
너는 속삭인다
잠든 나의 구두를 신고서
거울 속으로 걸어가는 이
사라진 거리를 헤매다 온 너의 부르튼 발
꼼지락거리는 열 개의 발가락으로
이곳에 없는 바다를 유영하는 오징어
너의 모자를 벗기면,
나는 그물을 들고 있다
그물망 사이로 아무 것도 없이
빛나는 바다를 본다
사공 없는 바다 한가운데
파닥거리는 물고기
아가미에서 중얼거리는 입술
해변을 서성이던 종마가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나에게 다가와 큰소리로 운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말의 안장에 오른다
이제 막 눈 뜬 말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거울 너머 펼쳐진 백사장을 달려간다
*민구 :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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