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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신작시/이설야/내 깊은 잠속의 네비게이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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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설야
내 깊은 잠속의 네비게이션
나비가 가자는 대로
꽃 속으로 들어갔다
무당벌레가 자꾸만 아는 체한다
누구의 아이를 낳고 있는 거지?
벌레는 내 눈과 입술을 닮았다
나비의 주파수를 따라가면
거기,
자선약국
만화로다방
화평세탁소
양키시장
국일관
동인천장례식장
녹아내리는 팔, 다리, 눈동자, 심장을 담았던 집
화구 문을 열면
자궁의 찢어진 입술
다시
태어나는 나비 화석들
네비게이션을 끄자
빗물이 흘러 내렸다
마감뉴스
그 깊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 돼지들
비명이 비명들을 덮고
땅 속으로 서서히 닫히고 있을 때
창밖, 달려오던 노랑미니버스가
잘린 나무의 복사뼈 속으로 갑자기 사라졌다
비명이 달팽이관 속을 기어 다니는 새벽
잠은 쏟아지고
잠 속 터널은 깊고 깊은 웅덩이
첨벙 첨벙
귓속까지 물이 불어
잠속까지 물이 불어
모두 잠겼다
누가 돼지들을 자꾸 죽이나
짐승들이 짐승들을 죽이나
돼지들이 지상에서 지하로 사라지는 동안
눈이 내린다
부러진 가지 끝에도 눈은 내린다
아무것도 보지 말라고,
눈 그치자
나무 복사뼈 속에서 빠져나온
노랑미니버스가
돼지가방을 맨 아이들을 내려놓고
황급히 사라진다
*이설야 :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2013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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