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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신작시/원무현/부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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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621회 작성일 15-07-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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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원무현

부화


벙어리 엄마를 낳고 외할머니 유언을 낳고
술주정뱅이 사위가장 정신 번쩍 들게 한 내 울음도 낳고
뒷집누나가 좋아했던 꽃, 구절초를 낳고
아 열일곱 짝사랑을 낳고
이제는 허물어져 기와조각만 남긴 집이여
궁금한가 가계의 후일
내 몸은 기억과 추억을 담은 알이어서 
밤은 오늘도 나를 품고 암탉처럼 웅크린다 
새벽이 오면 사칸접집 황토방 같은 원고지 칸칸에는 
말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커다란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가 있고
지상에 마지막 말을 남기는 외할머니 눈빛 같은 별도 뜨고
그리고 구절초 구절초
수십 년 건너편 얼굴 하나를 가물가물 살려내는





흔적 


저것이 왜 저러나 
무엇을 잘 못 먹었나 
녀석이 미쳐 날뛰던 포도나무 밑엔 
아껴둔 포도송이가 죄다 떨어졌다 
파밭은 쑥대밭이다 
왜 저러나 저것이 
소용돌이무늬가 선명한 눈두덩 아래 검은 눈 벌겋게 뜨고 
이리 쿵 저리 쿵 대문을 들이박더니 
뛰쳐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진돗개순종인 녀석의 이름은 태풍 
태어난 곳은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리 
여기서 칠백 리 

이튿날 아침 
떨어진 포도알맹이를 줍는데 
엄마 까만 젖꼭지가 
쑥대밭이 돼버린 파를 뽑는데 
백발, 백발의 어머니가 


*원무현 : 경북 성주 출생. 2004년 시집 홍어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사소한, 아주 사소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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