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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신작시/유계영/위하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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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유계영
위하여
새들을 위하여
유리창에 색종이를 붙여두었다
나는 매일 밤 유리 부는 꿈을 꾸었다
양철지붕 위를 두드리는
맹금류의 발톱소리를 들으며
자꾸만 투명해졌다
새들이 고개를 내밀고 보다 환한 곳으로 날아갔다
온갖 것들의 낮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하나의 의문으로
빨강에서 검정까지
경사면에서 묘지까지
항문에서 시작해 입술까지
공원이라 불렀다
바람이 불자 화분이 넘어졌다
화분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고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어제 탔던 남자를 오늘도 탔다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어제 먹어치운 빵을 태양이 등에 업고
나는 태양을 등에 업고
너는 나를 등에 업고
비둘기가 아주 잠깐 날아올랐지만
층층이 흔들렸다
공원의 한낮이 우르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날씨에 대한 이야기만을 나누며
집으로 돌아갔다
*유계영 : 85년 인천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0 『현대문학』 신인추천작에 「곡예사」 외 4편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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