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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신작시/김은아/하여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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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721회 작성일 15-07-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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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은아

하여간에


문틈 사이로 웃음 흘리며 꽃뱀 한 마리 들어온다,
어느새 먹이를 보았는지 혀를 날름날름 두려움도 없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 네온불빛과 잠시 놀더니 한 남자를 집중 탐한다 
요란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가수인 양 자신 만만하게
이 계곡 저 계곡 기웃거리다가 여유롭게 손짓발짓 미친 척 부끄럼도 없이 
깊은 안개 속으로 빠진다. 덥석 블루스를 추다가 가시에 찔렀다며 
몸을 부르르 떨며 ‘남자들은 다 속물이야 그놈이 그 놈이지’ 
맥주 한 컵 입에 털어 넣더니 윤기 흐르던 웃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안개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 남자, 꽃밭의 꿀벌인줄 알았는데 꽃들이 안개 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진 
후에야 여기가 벼랑 끝이란 걸 알았지만 좋아서 히죽히죽 하다가 
믿음 저버린 죄로 입을 단단하게 다물어 버린 꽃봉오리 속에 갇혀 버린, 
하여간에, 저 못 말릴 본능




내 이름


고향집 낡은 벽에
삐뚤삐뚤 써 놓고 온
내 이름
아직 지우지 못했다

세월은 흔적을 지웠지만
잿빛으로 눈물 짙어질 때
찢겨나간 글자들이 내 심장으로
달려왔다

바람에도 길이 있고 새에게도 길이 있으나
한 장의 이력서도 허기진 마음도 채우지 못하고
빈 백지로 정처 없이 떠돌았다
얼마나 더 마음의 방랑을 헤매야하나
지금도 점 하나 찍지 못한 미완의 날개짓은
퇴색된 벽지 위에서 아직은
첫 눈을 기다리 듯 울렁거림으로
삶의 통증 앓고 있다.


*김은아 : 2011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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