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53호/신작시/최승아/건널목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신작시
최승아
건널목
옹벽사이로 끊임없이 울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부터 계절은 멀어져갔다
바람을 피하려 종일 반대편 쪽을 바라본다
바람은 어김없이 도착했고 묘역에는 연고 없는 얼굴들이 나뒹굴고 있다
조화가 활짝 핀 정원의 누구도 통성명을 나누지 않는다
망각은 좀 더 빨랐거나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잘못 내려진 차단기로부터 그리움은 시작 된다
간간히 신작로를 빠져나가는 구름의 뒷모습이 보인다
너와 나의 간격이 멀어질 때마다 건너오지 못하는 네가 건너가지 못하는 내게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지극히 사소한 혹은 몽환적인
미니케익에 꽂힌 양초의 불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초콜릿으로 새긴 글자는 왜 생크림의 상처처럼 보일까 케익과 함께 잘려나간 오후를 리필로 주문한다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꽂자 굳은 얼굴이 각얼음처럼 겉돌기 시작한다 인증샷이 액정화면에서 사라진다 창은 넓고 투명해서 밖이 내부를 꿰뚫어보고 있다 제빵사는 작은 계량컵에 담을 슬픔의 질량이 얼마일지 정교한 손으로 재고 있다 냉커피에 시럽을 넣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몇 방울을 떨어뜨려야할지 망설이는 사이 슬픈 아리아는 지금 바닥으로 가라앉는 중이다 계단과 계단 사이를 가까스로 빠져나온 나는 바깥으로 콸콸 쏟아진다 폭염이 온몸을 감아오른다 정지된 화면처럼 거리는 텅 비어있다 신호대기 중인 나는 그만 나를 놓쳐버리고 만다
*최승아 : 2012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추천0
- 이전글53호/신작시/김락/페르소나 외 1편 15.07.06
- 다음글53호/신작시/최상임/빙어 외 1편 15.07.0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