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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남궁선/검은 건강 도인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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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남궁선
검은 건강 도인술
제 몸을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 있는 어둠의 아가리 어둠이 배설한 김이 서려있는 어두운 방 침구골상대학 정문을 등지고 리도반점을 지나 사회과학원 북문 맞은편 경극학교 초대소 바로 옆 계단식 아파트 오층에 있는 다층의 어둠 한 칸 속에서 어둠을 뒤집어쓰기 전 너는 침구골상대학 대학원장에게 특진을 받고 이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는 전기 약탕기로 튼튼한 어둠이 되고 싶어 하는 너의 육체를 위해 약을 달여 복용한 후로 네 구멍들에서 쏟아지는 흥건한 피는 어둠의 한 편린을 보여주기에 알맞고 너의 건강에 어울리는 목발과도 같고 눈꺼풀이 반쯤 열리고 반쯤 닫힌 틈으로 들어오는 방 안의 공기와 삼면의 잿빛 벽과 한 면의 검은 커튼이 만들어낸 빛에 대하여 탁하다거나 무겁다고도 말 할 수 있지만 어둠은 파동 휘선輝線 층단 검은 책장에 꽂혀있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중국의 붉은 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건강 도인술에 그려져 있는 그림의 순서에 따라 너는 동작을 따라 손바닥을 수 백 차례 비비고 나면 불꽃이 튀어 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반복되는 움직임은 피의 순환을 약간 도울 수 있을 뿐 피의 웅덩이가 더욱 깊어지고 너의 얼굴은 더욱 희어져 어둠의 농도가 변하는 것을 베개에 떨어진 경혈經穴은 생명에 관계되는 급소 책의 활자를 보며 알 수 있고 불건강은 몸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 너는 활자의 배열 속으로 들어가 온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망상에 휩싸여 허벅지 이마 어깨 손목을 긁어대다가 네 손톱 밑으로 떨어져 나온 살점을 보는데 꿈틀거리고 팔딱대고 기어 다니는 살점이 떨어져 나간 허벅지에서 피가 흐르고 미용상의 고민은 도인술로 말끔히 해소할 수 있고 작은 젖가슴 주름살 기미 성력性力의 강화 납작한 코는 날숨이 공기를 잘 조절하지 못해서 납작한 코와 뾰족한 말의 구체적인 기미와 젊어지는 입술에 관한 고민이 짙푸르고 검푸르게 어렵게도 서럽게 어두운 첨탑의 입술에서 후두둑 쏟아지고 너는 음모와 양탄자 옷가지 베개 머릿속을 소독하고 건강도인술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동작을 칠십 육 일 동안의 손바닥 문지르기를 그만둔다 침구골상대학 정문을 등지고 리도반점을 지나 사회과학원 북문 맞은편 경극학교 초대소 바로 옆 계단식 아파트 오층의 어두운, 방, 양탄자, 위로, 쓰, 러, 진, 검붉고 흐믈흐믈한 몸, 뚱어리를, 먹고 있는 어둠의, 아가리, 강해진, 이, 빨, 꼭, 다물어지지 않는 입과 검은, 침이, 넘쳐흐르는, 어둠, 속에서, 어, 둠, 속, 에, 서, 검은 입, 술의 활기, 속에서, 드러나는 좌절되지, 않는, 불, 이해의, 박명薄明, 속, 에, 서,
창, 문, 의 검은, 커튼을 걷어, 내면, 서, 시
창문의 검은 커튼을 걷어내면서 유리, 창에 묻은 뭉, 개, 진 지문과 창, 틀에 쌓인 먼지의 두, 께를 묘, 사, 할, 때, 날카로워지는 심, 장, 연속무늬 벽지와 흰개미들의 이동 꿈을 꾸고 있는 너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삭제 표시를 따라 밀랍인형이 침대로 걸어들어 갈 때 느끼는 슬픔과 팔과 다리와 목이 묶인 채 채찍을 사용하는 성행위 따위의 즐거움 침구골상대학 정문을 등지고 리도반점을 지나 사회과학원 북문 맞은편 경극학교 초대소 바로 옆 계단식 아파트 긴 문자열에 대한 환기 혼잡한 광장을 벗어나 도로를 횡단할 때의 너의 결심 같은 것 중국 복화술사와 경극 화장술 검은 방 안에서 밀가루 국수와 두부 국수를 칠십 육 일 동안 먹으며 손바닥을 비비며 지낸 건 너의 과장된 생활 태도 너의 머리카락에 공포를 느껴 너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마찬가지 거울 속의 지껄임 전화를 걸기 위해 경극학교 초대소 혹은 리도반점 안내소에 놓여있는 전화기를 생각하다 소상점 계산대 위에 놓여있는 전화기를 떠올리는 건 너의 의지 무릎 꿇는 장면을 상상할 때 깨닫게 되는 너의 한계에 대한 무릎의 생각 전화기란 묘목苗木과 묘목眇目과 묘목墓木 사이를 스치고 돌아 나오는 기분과 같은 표절 너의 근육이 줄어드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요의尿意 지도를 펴고 내몽고와 외몽고의 국경선을 손가락으로 그어보다 허벅지를 긁어보다 손톱자국을 따라 핏물을 따라가는 학설 볼셰비키와 마오주석 팥죽의 공포란 말이 너의 관심을 끄는 그저 그랬을 팥죽이었을 검붉고 뜨겁고 구부러진 선들의 연장에는 사막의 능선과 외몽고의 외봉낙타와 외국인거류허가 연장증명서와 어두운 방안의 검고 둥근 매듭 둥근 고리 둥근 고리 속으로 조여드는 저녁식사시간의 대화번역안개독약 창문의 커튼을 걷어내고 창문을 열어젖히면 불어오는 모래바람 모자를 밖으로 던지는 아침 담장 안의 운동장 새 학기의 조회와 훈화 대머리를 언제부터 두려워 했나 면도날 같은 비가 내리고 목성이 너의 머리통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시간을 세고 있는 시계와 마늘의 역한 냄새에 소름이 돋고 마는 마늘공포증에 걸릴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증, 이, 란, 것도, 것은, 은, 또한, 에, 도, 혹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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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선 : 2011년 <시작>등단. 시집 <당신의 정거장은 내가 손을 흔드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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