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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신작시/서규정/라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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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990회 작성일 15-07-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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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서규정

라라


아무래도 사랑의 계절은 겨울이야

수은주 급강하 하면 마음이 마냥 싱그러워져선
라라, 남의 여자 이름을 실없이 부른다

혁명보다 순명
유리창에 끼인 성에에 따라 감흥이 다를지 몰라도

러시아 시대적 배경과, 유리와 라라가 나오던
영화 닥터 지바고

눈만 감으면 나타나는 그 설원
인간을 위한 인간의 탑은 왜 입김처럼 앞으로만 쭉쭉 뻗어나가던지

그 설원에 대고 분다, 부지런히 혼자 불었다




눈꽃 천 리


흰 눈을 뒤집어 쓴 소나무들이 조심조심 걸어 다니는 야산에서 
멀쩡한 사내가 멧돼지처럼 튀어나올지 모른다
도농 접경지역에 모텔들과 오락실이 하나 둘 들어설 때도
딸기, 시금치, 비닐하우스를 가꿔 몇 푼 만진다 했더니
도박에 빠져 돈 다 날리고, 불어나는 이자에 이자를 감당 못해
조폭들에게 몰려 튀었다는 소문이다

누굴 탓해, 차라리 어둠에 갇히는 게 편하지
눈이 내리면 벌판은 사방팔방 흰빛에 막히고 만다
그러니 눈 탓이야, 생활의 각도를 조금씩 빗나간
빗나간 것들이 대체로 빛나는 법이라 해도
도대체 위용은 있어야지, 산 꿩 몇 마리와 함께 야반도주한 사건
이제라도 눈꽃 천 리라 불러줄까
주변과 적막이라는 덜미들도 그래요
송아지를 낳던 암소의 콧김이 고드름처럼 뻗어 나올 때
처자식 버리고 나가는 가장의 발자국소릴, 눈감고 들어주는 마음으로
한마을을 이루지 못한다면

수탉은 새벽인 줄 알고, 목을 빼고 기차처럼 길게 울었겠는가
둥글다는 것

콩나물은 물 빠지는 시루 구멍들을 믿고 자라듯
해와 달 그리고 별도 결국은 벌점을 주기위해 뜨는 것이라면
두 줄로 긋고 간 레일 위에
빵점을 때리듯 휘영청 떠오르던 보름달
우리네 삶이 멍만 들어 멍멍하고 또 멍멍한, 별의 별 채점도  다 있다

*서규정 : 1991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시집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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