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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신작시/함순례/달빛 토우의 신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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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함순례
달빛 토우의 신화
흙으로 빚은
세 개의 젖가슴이 한 덩어리로
어울려 있다
젖가슴은 두 개 아닌가?
파격적인 흉상의 파장이 허허공방의 앞마당을
서성거렸다
남자들은 엄마젖을 찾아 일생을 떠돈다고 한다
엄마의 젖가슴을 떠나 살 수 있을까, 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자라서는 애인의 제 여자의 젖가슴을 더듬거리며 산다
엄마젖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어떤 남자는
인터넷에서 모유를 사먹는다지
그러니까 그 세 번째의 젖가슴은
남자들이 일으켜 세운 신화
헤라의 젖줄기처럼 젖빛깔의 여자 갈라테이아처럼
영원으로 가는 질감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는
영원의 농담이라 할 수 있을까
탱자가시처럼 날카롭고 비릿한
둥근 선,
세 개의 진흙가슴
명경
비가 내렸다
어디로 갈지 몰라 우두커니 멈춰버린
불온한 아침이었다
문밖에 천국이 당도했다
천국의 제사장은 한여름인데도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치마였다
제사장은 내게 천국으로 가는 부적을 받아보라고 말했다
천국과 나의 거리는 십 센치
그 짧은 거리를 두고
문고리는 차갑게 침묵했다
나의 문은
천국의 계단을 밟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이 찢길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내게 임하신 천국은
믿음이 부족한 날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차갑고 축축한 하루가 조용히 저물었다
*함순례 : 196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 ≪시와 사회≫를 통해 등단. 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 한국작가회의와 리얼리스트100 회원, ‘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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