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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신작시/이덕규/흰 쌀밥의 그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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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덕규
흰 쌀밥의 그늘
비쩍 마른
개의 배를 가르자
흰 쌀밥
한 무더기가
채 소화되지 않은
슬픔이
죄스럽다 죄스럽다
어둔 수채 속으로
하얗게
숨어 흘러들어갔다
깡마른 얼굴에
모처럼 개기름이
자르르 도는
아버지들이
장딴지가 홀쭉하고
까만 일벌레들이
개 먹은
값을 하느라고
하루 종일 논바닥을
기어 다니며
김을 맸다
간신히
중천에 올라
한참 숨을 고르던 해가
느릿 느릿
서산을 넘어갔다
큰형님
툭, 터진
가을 고구마 두둑 틈새로
돌아앉은 그의
넓은 등짝이 보인다
상대가 없어
지금껏 단 한 번도
싸움을 해본 적 없는 주먹이
우리 동네 산다
*이덕규 :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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