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53호/신작시/안채영/오수관 별자리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2,985회 작성일 15-07-06 13:01

본문

신작시
안채영

오수관 별자리
-우주의 배관공들이 오수관 뚜껑을 열고 있다. 


지난여름 빗물이 빠져나간 지상의 틈사이로 흘러넘치지 않는 누수의 별자리들, 천상의 물길이 고여 있다.

고여 있는 것들은 깊이를 얻으려는 것들. 
그것들의 뚜껑을 열면 도시 깊숙이 박혀있던 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빗물은 푸른 것들의 매듭을 키운다.
지렁이의 매듭이 되기도 활짝 핀 날씨가 되기도 한다.
흔들리는 계절의 앞뒤 구분이 되기도 한다.

별이 뜨지 않을 때 뚜껑을 여는 이 별자리들은 계절의 수습이 아니고 맨홀의 수습이다

뜨거운 빗소리가 상해가는 위치들  
잠겨 있던 매듭을 불러놓고 어디로 흘러 가냐고 묻는다.
모르는 얼굴 밖으로 맥박과 천문이 내왕하도록 구멍하날 만들어 두었다
우수와 오수사이로 착상된 일식이 골목 안을 비춘다.
가야할 방위를 매듭과 매듭으로 짜두고 
사만볼트 촉각을 세워  들여다본다.

둥근 사방으로 붙박이별을 달아야겠다.
둥근 몸을 빌려주려고 아직도 굴러다니고 싶은 뚜껑들  
도시의 골목과 골목을 지나는 마방진 무늬들
지상의 별자리틈새로 별무리들이 우수에 빠진다.

자세히 보면 우주가 숨겨 놓은 미스터리 서클 무늬로 숨어있는 오수관 뚜껑들.




봄날수리 점


물 담긴 고무대야에
자전거 튜브를 넣자
자잘한 공기의 씨앗이 흘러나온다.

날카로운 못 하나가 뚫어 놓은 곳으로 파종되는 봄날의 공기들 
바람이 새는 곳을 찾아
접착제 묻은 햇살 하나 붙여두면
다시 굴러갈 둥근 바퀴들

문득, 잠깐 멈추었던 지구가 다시 도는 듯 
차르르 체인 도는 소리가 들리고
수리가 끝난 바람의 핸들을 잡고 
짧은 봄날이 간다.
 
날카로운 못 하나를 줍고 싶다
부푸는 벚꽃나무를 찔러 바람 빼면 
우수수 날리며 쏟아져 날릴 흰 꽃잎들
달력을 찌르면, 
생일을 찌르면 다 빠져나가고 남을 
숫자 없는 생

바쁜 봄바람이 잠시 서있고
흰 머리카락 한 올 같은 깊은 실금을 내고 있는 봄 

고장 난 봄바람 몇 대 세워놓고 
고무대야에 물 담아놓고 있는 자전거 수리 점 
바람 빠진 몇 번의 봄을 끌고 와
수리가 끝날 때 까지
쭈그려 앉아 기다리고 싶은


*안채영 : 경남 진주 출생. 201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