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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정안나/저녁의 악어냄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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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안나
저녁의 악어냄새
그가 풀어 놓는 건 악어다
마을버스에서 자신의 주머니를 뒤집어서 쏟아놓는다
한사람을 하루 종일 뜯어먹다 혀가 꼬부라졌다고 한다
콧구멍이 세 개인
귀머거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어느 덧 악어가 되어 있었다는
눈과 눈은 먼 곳을 본다
창문에서 창문은 흘러내린다
나뭇가지는 전깃줄에 흘러가서 한 몸이다
내게서도 악어가 있다
주머니를 뒤집으면 숨죽인다
그를 밀어내다 내가 밀려나
혀를 깨무는 형태로 있다
저녁은 서로의 주머니 속을 들어갔다 나온다
해가져서야 돌아오는 이들을 공격할 것이다
주머니를 뒤집어 우리는 한통속이 될 것이다
머플러와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저녁이다
그의 눈은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다
그의 귀는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다
악어를 마을버스에 풀어놓으며
서로 외면하고 싶어 달린다
기도하는사무엘
고속버스는 묵주를 흔들어 묵주는 보이지 않는다
고속버스는 묵주는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터널을 빠져나올 때까지 불안을 인정하지 않는다
견인차에서도 묵주는 흔들려 보이지 않는다
터널을 빠져나오는 묵주를 지켜보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터널입구에서 불안은 쉰다고 말한다
터널 입구에서 불안을 지킨다고 말한다
사무엘은 무릎 꿇고 두 손 모으며
터널 속을 터널 밖을
신문 속을 상상하지 않는다
발가락이 손가락만큼 길어서 멀리 와
살아야 살 수 있다고
죽어야 살수 있다고
제각각의 묵주를 잡고
무릎 꿇는 사무엘
아내도 애인이고
남편도 애인인 터널을 나온다
한여름 밤의 꿈을 외친다
*정안나 : 2007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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