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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김가연/다만, 흔들릴 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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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가연
다만, 흔들릴 뿐 외1
아무도 아무 것도 아닌
알 수 없는 힘으로부터
마음을 흔들고 지나가는 생각처럼
몸의 일부가 된 오래된 병처럼
맑고 건조한 슬픔처럼
익숙하지 않은 계절로
문득 사라지고 마는
첫사랑의 기억처럼 아릿한
허공을 쓰다듬는 들꽃처럼
바람이 지나가는 풍경처럼
생각을 생각하다
생각이 생각을 잉태하기 시작했다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고
모든 세포들이 생각을 키운다
생각이 나를 움직인다
세상을 조각내고
우주를 들어올린다
생각에 대한 생각이 또 그 생각들을 생각하는 생각들이
모두 제 각각의 고뇌로 살아가고 죽는다
생각이 생각을 막아서고
생각이 생각을 파괴한다
생각이 생각에 도전하고
생각이 생각에 절망한다
생각이 없으면 모든 생각이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끝나는 곳에 이르러
세상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마침내
생각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가연 : 2009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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