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52호/신작시/김학중/외계인의 탄생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신작시
김학중
외계인의 탄생
-미래일기5
외계인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해
사람들은 그날을 종말의 해라고 불렀다
그러나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끝없는 여름
끝없는 겨울의 지구
세계는 계속되었다
그저 지속되는 세계의 미래
종말 없는 종말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완성한 것이 그 즈음이었다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 죽기를 바랐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미래였다
정부는 오직 죽음에 임박한 자들에게만
타임머신 사용을 허락하였다
타임머신에서 내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것은 과거로 보내지는 관이었다
살이 방사능에 녹아내린
머리가 크고 가는 몸에
어린아이처럼 작은 미래의 지구인들이
과거로 여행을 가 죽음을 맞았다
초기타입 타임머신 캡슐이 떨어진 곳은
미국의 로스웰이었다
인류 역사는 이들을 외계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방주의 워프항해
-미래일기6
아무도 우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우주를 항해하려는 그를 모두가 비웃었다
그의 우주선은 우주에 대해 꿈꾸는 자들의 마지막 방주였다
입법자들은 지구에서 그들을 추방했다
실패를 추방하는 것은 지구의 오랜 전통이었다
우주선에 남은 몇 명의 물리학자들은
워프항법의 가능성을 아직 믿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이 가능성이 결코 신앙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그에게 강조하곤 했다
우주를 건너 항해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는 단지 그것만을 생각했다
어느 날
그는 잠시 그가 빛이 되는 것을 꿈꾸었다
왜 그랬을까
그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중얼거렸다
그것은 오래 전에 과학이 잃어버린 것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세계를 유영하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우주 저편을 천천히 그려보았다
우주의 10개의 차원을 무너뜨리고
그 너머에서 무너진 공간의 매듭을 묶는 것을
그의 눈 안에서 먼 우주의 한 곳이 묘사되었다
몸이 우주가 되게 하라
우주가 너의 몸이 되게 하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라고 그가 말했을 때
물리학자들은 그를 포기했다
과학으로도 도전하지 못하는 것을
하물며 무능하기 짝이 없는 시에서 찾다니
그에게 미완성의 워프엔진을 남겨두고 간 것은
그와의 오랜 우정 때문이었다
이제 방주에는 그와 우주뿐이었다
그는 엔진과 자신의 의식을 동기화했다
자신이 꿈꾸었던 우주의 좌표를 입력하고는
자신의 언어로 우주의 모습을 묘사했다
누군가 곁에서 들었다면
그의 아름다운 노래에
우주가 두꺼운 어둠의 벽을 여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우주가 그와 온 몸으로 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우주선은 도약했다
우주가 그의 곁을
달렸다
아무도 그가 워프항법에 성공한 것을 알지 못했다
우주를 건너려고 하지 않는 자들에게
우주는 그저 밤이다.
*김학중 :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추천0
- 이전글52호/신작시/남궁선/검은 건강 도인술 외 1편 15.07.03
- 다음글52호/신작시/김상혁/신입 외 1편 15.07.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