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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김나원/그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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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나원
그물
그는 고래를 잡으러 다녔다
바다는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았다
허공에다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그물을 던진다
새털구름이 가득하다
몇 년이 지난 후 고래를 잡았다고 불렀다. 떡 벌어진 잔치 상, 봄날은 오래가지 않았고 수확 없는 몸짓, 던질 때 마다 기대감은 그물에 걸려 돌이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슴에서 자란 돌덩이는 그를 꼼짝없이 가두고 말았다.
그의 부재를 언제쯤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정사진 속 젊은 얼굴이 환하다. 오늘은 어제의 그물, 문상객들은 소주잔에 내일을 따르고 바닷가 한쪽에 하루를 펼쳐놓는다. 걸려든 해초는 뜯어내고 해지고 뚫어진 그물을 꿰매기 시작 한다.
심바는 중성
발톱을 세우지 말자
눈에서 빛을 쏘지 말자
새벽을 앙칼지게 물지 말자
어둠을 발로 찢고있네
한 달음에 삼켜버리는 바람의 잠꼬대
사정없이 긁어버리는 의자 등받이
할퀸 자리가 너풀거리네
나의 잠을 빤히 보고있네
잠을 깨물어 꿈을 불러내네
꿈에서 쥐를 잡네
나는 너의 먹잇감
다리를 꼿꼿하게 새우고 밤을 지키고 있네
귀가 불빛 방향으로 회전을 하네
비밀버턴 소리에 후다닥 현관으로 달려가지
종일 노려보는 창가의 비둘기
구름이 지나가자 펄쩍뛰어 팔을 뻗네
수족관 앞에 앉아 바다를 삼키네
어른거리는 날 파리는 낚아채고야말지
쥐를 물고와 식탁위에 놓네
어떤 요리를 해줄까
잠에서 깨어나 가만히 엎드려있다
구름이면서 강물
고요한 새벽의 발소리
너는 파도도 아니고 폭풍도 아니란다
*김나원 : 경남 김해 출생, 2012년 <시와정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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