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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황옥경/시듦의 미학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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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황옥경
시듦의 미학
손끝 닿자
바스락
말라 더 샛노래진 후리지아의 일성一聲
환하게 꽃 핀 거기
눈부신 절정
그 황홀경의 아득함에 집착하는,
내 욕망의 물주기를 후려치는
마른 꽃의 할喝
물이며 햇빛이며
모든 욕구로부터 해탈한 가벼운 몸
짙은 꽃향기 고요히 잦아들던 수행의 시간 동안
나는 외려 꿈을 부풀렸느니,
꽃병의 물을 버린다
누렇게 변한 가지의 끝을 잘라내고
허허로운 마음에 박혀있는 미련을 끊어낸다
투명하고 작은 유리컵에 다시
처음인 듯 꽃을 담는다
바스락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소리
마른 꽃의 생生으로 들어선 후리지아,
훌훌 비운 무심無心의 그대여라.
어머니의 부고
천둥이 발을 구르며 운다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은 먹장구름 사이로
번쩍이는 가시나무 섬광,
우르르 떨리는 발밑
곧 서러운 눈물을 쏟아낼 듯
짐승의 울음으로 우는 뇌성벽력
하늘이 두 동강 난 듯
세상 무너지는 소리가
천지를 울린다
억장이 무너지면
눈물의 길도 막히는가
빗방울 하나 뿌리지 못하는 하늘.
*황옥경 : 2012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시, ‘봉쇄수도원 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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