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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이생용/촌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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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생용
느릅나무 306병동
안도(安島) 상산 언덕길에서 만났다
산비탈 위태롭게 나와 앉은 그녀
나도 그녀를 아프게 한적 있다
주사바늘 꽂은 자리 파랗게 피어나던 멍꽃
소맷자락 끌어 덮으며
괜찮다 하던 눈빛 위태로워 보였다
봄 와도 새 잎 나지 않는 나무
뿌리가 잘리고 껍질 벗겨져
하얗게 말라 가고 있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곁을 지키고 있던 동백
붉은 눈물 뚝뚝 떨구는데
저만치 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른 몸의 그녀를 본다
*안도(安島):여수시 남면에 있는 섬
촌놈
운주사 와불臥佛 님을 만났지요
여름이야 그만 그만 살만 하셨겠지만
겨울날 어떻게 계시는지도 궁굼하여 한 걸음에 갔었지요
칠성바위를 지나고
바위 아래 여기저기 계시는 부처님의 얼굴이
아래 마을 농사꾼 최씨나, 이씨 얼굴보다 못나게 곰보지고 촌스러워
하마터면 건방지게 너덜 웃음을 쏟을 번 했지요
하기사, 번들번들 돼지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얼굴 이었으면
밤마다 계집질에 탐욕이나 한 줄 알고
되게 욕이나 하고 돌아 섰겠지요
힘들게 산을 오르는 동안
우스꽝스럽고 촌스런 부처님을 만드신 석공이
아랫마을 사람이라 생각하니 얼마나 신나던지요
촌놈은 촌놈을 알아본다고
와불臥佛 님이 지금처럼 누워 계시지 않으시고
좌불座佛 이나, 반듯하게 세워 놓으셨다고 생각하면 끔찍 하구만요
봉놋방 아랫목에 누이고, 천불천탑千佛千塔을 꿈꾸었을
가장 촌놈의 생각이 가장 토속적이고 인자한
부처님을 만드셨다구요
인정 하시지요
와불臥佛님!
*이생용 : 2013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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