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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미니서사/박금산/에이스는 신촌에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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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490회 작성일 15-07-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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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서사 14
박금산

에이스는 신촌에 갈 것이다


일요일 6시, 정기 모임이 열린다. 3명이 랠리를 하면서 몸을 푼다. 4인조 복식 게임이 시작되려면 1명이 더 와야 한다. 라켓 가방을 메고 와서 눈치 보던 노인이 슬그머니 코트로 들어선다. 늙은이가 주책이지만, 한번만 끼워 줘, 하면서 게임을 제안한다. 3명은 1명의 다른 회원이 나오기 전까지 노인을 접대해 주기로 한다. 테니스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게임이 시작된 뒤 1명의 회원이 도착한다. 
1명은 시각을 체크하면서 노인의 플레이를 관전한다. 
노인이 속한 팀이 승리하면서 게임이 끝난다. 
노인은 1명의 회원에게 자리를 꿰차서 미안하다고 말한 후 경기 품평에 들어간다. “A씨가 항시 여유가 있고, B씨가 욕심을 안 부리니까 다음으로 낫고, 젊은 냥반, 저 냥반은 컨트롤을 안 해. 내가 세 봤는데 한번을 안 하더라고, 한번을. 미안햐, 인자 나는 빠질 터니께, 젊은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쳐.” 그의 품평 속에서 ‘젊은 냥반’으로 호명된 에이스는 코트 철책 사이로 침을 찍 뱉는다. 
 
노인은 4주 연속 1등으로 도착한다. 에이스가 회원들에게 말한다. “매너가 없잖아. 음료수라도 사들고 오든가. 사람 모자랄 때 한 게임 정도 하면 되지 두 게임, 세 게임 하려고 들잖아. 코트 사용료도 안 내고.” 회원들은 말한다. “저러다 말겠지.” 에이스를 포함해서 회원은 모두 8명이다. 

6주째. 월별 회비를 걷는 날이다. 그동안 에이스는 노인이 낀 경기에서 통산 승률 제로이다. 같은 편이 되어도 졌고, 상대편이 되어도 졌다. 그는 노인이 다음부터 나오지 못하도록 면상을 한번 갈겨주는 것이 목표였다. 총무가 큰 소리로 말한다. “회비 걷겠습니다.” 회원들이 지갑을 열고 지폐를 꺼낸다. 에이스는 노인을 바라본다. 노인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더니 회장에게 다가간다. “신촌에 오면 꼭 연락해.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밥 살 테니까.” 노인은 슬며시 회원들을 외면하면서 코트로 들어선다. 
경기가 시작된다. 에이스는 발리 위치에 자리를 잡고 노인과 마주선다. 노인 팀의 서비스로 경기가 시작된다. 에이스의 스텝이 경쾌하다. 드디어 면상을 맞힐 수 있겠다 싶은 공이 날아온다. 에이스는 준비동작에 들어간다. 라켓 헤드를 들어 올리고 손아귀에 힘을 준다. 그의 시야 속에서 공이 점점 커진다. 에이스는 노인의 자리를 바라본다. 노인도 공을 바라보고 있다. 순발력을 잃고 외로워진 노년의 눈동자가 두려워 흔들리는 것이 그의 눈에 잡힌다.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다. 



*박금산 : 소설가. 1972년 여수 출생.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고려대 국문과, 동대학원 졸업. 서울과기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소설집 『생일선물』, 『바디페인팅』,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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