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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최서림/월곡의 속살을 엿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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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서림
월곡의 속살을 엿보다
- 서울 풍경 3
햇살이 눈을 찔러 피곤한 오후
새까만 노인이 노점에서 닭 강정을 팔고 있다.
온 세상이 너무 눈부셔 더 우울한 늦여름
자신의 토막 난 삶을 굽듯 닭고기를 지글지글 굽고 있다.
내부순환도로가 탱크부대처럼 짓밟고 지나가고 있는 동네,
소음의 파편이 골수에 박혀 있다.
소음을 소음으로 못 느끼는 사람들의 갈라터진 고음이
엉긴 피같이 진득진득한 피로에 절어 있다.
허청허청 빈손에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
홀씨가 반쯤 날아 가버린 민들레 머리를 한 아낙이
징징대는 아이를 때리며 닭 강정을 사고 있다.
말(言)을 가지고 노는 나는 한낱 구경꾼.
당고개
- 서울 풍경 13
시월에만 영랑의 모란꽃같이 피었다 사라지는
새털구름을 하염없이 올려다본다.
류현진은 NLCS에서 무실점 첫 승을 낚고
김&장은 연봉 10억이 넘는다는데,
취업포기자 시인 김영곤은
가진 것이라곤 빈 하늘뿐.
마음처럼 지붕이 낮은 이 산동네에선
새털구름이 서울 그 어느 곳보다 가까이 잘 보인다.
*최서림 :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구멍』 『물금』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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