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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김은우/무드셀라 증후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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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691회 작성일 15-07-03 13:12

본문

신작시
김은우


무드셀라 증후군*


아파, 하고 말하면
나무가 흔들리고
지구가 흔들리고
                      
몽롱한 너울거림으로
미열이 난다 

나는 과거로 회귀하는 자
어제의 기억과 어제의 감성으로 
오늘 어제를 산다

아스팔트 넘어 서쪽 하늘로
오래된 약속을 물고 새들이 몰려가고

폴엔폴리나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빵냄새가 사방으로 퍼질 때

고요로 가득한 비좁은 방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죽은 듯이 누워 긴 잠을 자거나 
그리다 만 자화상에 시선을 두는 것뿐
잊을 수 없는 기억 속 널 생각하는 것뿐

여기가 멧돼지 아가리 속인지
악어의 뱃속인지 알 수 없는 
긴장이 긴장을 낳는
기형의 나날

어두운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
벽 속에 나를 밀어넣으며
달콤쌉싸름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무드셀라 증후군: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며 늘 행복했던 기억만  머릿속에 담으려하는 증후군




크리스마스


모퉁이가 있었다
모퉁이에 나무처럼 
거기 내가 서있었다 

모퉁이에 눈이 내리고
튤립 한 묶음을 든
소년이 서있었다 

모퉁이에 눈이 내리고 
펄떡이는 물고기를 든
소녀가 서있었다 

모퉁이에 선물 가게가 있었다
선물 가게에 모자가 있었다
선물 가게에 우산은 없었다

나는 소년에게 모자를 선물했다 
나는 소녀에게 모자를 선물했다 

모퉁이 돌고 돌아
소년이 모자를 쓰고 떠나갔다
모퉁이 돌고 돌아 
소녀가 모자를 쓰고 떠나갔다

모퉁이가 있었다
거기 튤립이 있었다
거기 물고기가 있었다

모퉁이가 있었다
거기 손이 있었다
거기 발이 있었다  

모퉁이 돌고 돌아
눈이 내린다 

눈을 맞으며 모자가 걸어간다 


*김은우 : 1999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바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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