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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김일영/중얼거리는 골목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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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3
댓글 0건 조회 3,193회 작성일 15-07-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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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일영


중얼거리는 골목 


복음을 가방에 넣은 여자가 중얼거리며 지나간 골목
취해 돌아온 집주인이 중얼거리며 전봇대에 오줌을 눈다
술자리에서 뱉은 말은 변비처럼 쌓여 나는 어둡다
흔들리는 뒷모습에 혼잣말은 무럭무럭 자라고
생각하는 대가가 중얼거리는 것이라면
중얼거려서 갈 수 있는 길은 정해지지 않았다

고양이 두 마리 간격을 유지하며 걸어간다
저 골목으로 얼마나 많은 고양이들이 흘러갔던가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는 것을 창문은 알려주었다 
중얼거리며 담배를 비벼 끌 때
이중창 안에 갇힌 방들 불을 끄고 
위층에서 집주인 구토하는 소리

술을 마시는 것도 우리들이며
욕을 듣는 것도 우리들이고
나를 비운 자리에 너를 들이는 것도 우리들이어서
균열처럼 새나오는 혼잣말
나는 아직 싸우는 인간이어서
낙엽처럼 함부로 버려지고 있구나
아내를 앞에 두고 발악을 시작한다
혼잣말을 저지르고 있다
흘러가는 고양이들은 중얼거리지 않는다




작은 그녀
-노래를 위해.3


산비둘기 멀리서 울고 아카시아 피어 환한데
흔들리는 냉이꽃처럼 작은 그녀가 울고있네

속절없이 봄은 가고 갈 길은 아직 먼데
허물어진 담벽에 앉아 작은 그녀가 울고있네

저 아래 아파트 보이는 우리 동네 흙바람 불고 
낙엽 지는 나무처럼 작은 그녀가 울고 있네

그녀는 나의 어머니 세월처럼 늙은 어머니
우리동네 흙바람 불고 작은 그녀가 울고 있네

우우우우
허물어진 담벽에 앉아 늙은 그녀가 울고 있네


*김일영 : 2003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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