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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신작시/박정규/아침 참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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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정규
아침 참새
밤새 삭인 하루를 꼳아 붓는 참새의 저 작은 배설물을 보면서
하루를 담으려는 내 작은 육신의 밥그릇을 생각한다.
하늘의 곁 따라 길을 내는 참새의 저 작은 날개짓을 보면서
하루를 담으려는 내 작은 마음의 밥그릇을 생각한다.
먼 여정 물길 따라 걸어온 파도의 질서를 보면서
갯바위에 부서지는 무질서를 생각한다.
섬은 달 달은 인생아,
부딪치고 부서지는 삶이여,
허무 속에 비워질 욕망아,
하루를 곰삭힌 배설물이 아침이슬처럼 투명할 수 있도록
아침 참새의 저 작은 배설물을 보면서
하루살이의 분비물이라도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도록
내 안의 밥그릇을 비운다.
삿갓섬
-남해노도
그곳 삿갓섬에 가면
역사를 보관한 서점 터가 있다고 했다.
기록을 캐는 탐방길의 출발은
위의 결처럼 험난한 미로다.
뉘의 결처럼 험난한 미로다.
나들목 파도가 반짝이는 속내가
바다 속 천 길 낭떠러지
으레, 역사의 굴곡이
대숲에서 부는 바람의 속내와 같아서
어제 왔던 바람이 오늘 불지는 않아서
조각배에 쓰러지는 사공과
다를 것이 뭐가 있었던가.
떨어지는 동백꽃이 역사의 발길에 뭉개진들
서러움이, 서러움이
님 향한 눈물로 떨어진들
다른 것은 또 무엇인가.
역사는 퇴적되고 사라지는
기억의 모서리에 피는 한 낱 꿈이러니
그곳 삿갓섬에 가면
이조 어느 올곧은 선비의 서러운
기록만 울고 있을 뿐.
*박정규 : 1960년 경남 남해 출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탈춤 추는 사람들⌟, ⌜검은 땅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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