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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신작시/황구하/지탱하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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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황구하
나무둥치에 부리를 박고 잠을 자는 새가 있다지
꽃 다 떠나보낸 저 느티나무
또 한철 잠 못 이루겠다
햇빛과 구름과 저릿저릿
하루 치 양식 쪼다 잠든 고단한 노동 지탱하려면
바람소리마저 착착 발치 아래로 쟁여야 하지 않겠나
누대의 어둠이 지나고 또 한세월
세상 너머 다시없는 생 살아가자면
흘러간 것은 흘러간 것대로 두고
심장이 멎기 전 가쁜 숨 몰아세워
몇 겹의 그늘 기꺼이 펼쳐야 하지 않겠나
나무둥치에 어금니를 꽉 물고 잠을 자는 시인이 있다지
수도
백담사 계곡 바위들 온몸에 나무 문신투성이입니다
엎어진 몽달나무, 살짝 엉덩이만 걸터앉은 처녀나무, 부러진 가지 새순 틔우는 총각나무, 딱 한번 발 뻗고 드러누운 과부나무, 세월을 출렁출렁 흘러가는 치매나무……
날마다 물소리가 새기는 마디마디 수만 가지 문장입니다
바위가 귀를 세우고 한자리에 죽은 듯 앉아있는 이유입니다
깜깜한 눈발에 미끄러진 어린 나뭇가지 또 둥둥 떠내려옵니다
*황구하 : 충남 금산 출생. 2004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물에 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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