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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황경숙/겨울 숲에서 듣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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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455회 작성일 14-06-0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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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숙/겨울 숲에서 듣다 외 1편

 

 

바위에도 귀가 생기는 마른 덤불 속에서

바스락,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겨울에 눈眼이 귀를 닮아가는 병에 걸린 나는

 

새 소리에 걸림이 없다

하늘과 땅 경계 가까이에서 웃는 듯 우는 새가 된다

 

나무처럼 봄에 산란했던 어린 새

부리로 물어온 마른 연못을 풀숲에 떨어뜨릴 때

 

끝이 먼 긴 문장의 행간처럼

음표 사이에 숨어 있던 오랜 쉼표처럼

지나갈 것은 잘 지나가도록 비어 있는

겨울 숲은 허공의 집

 

갓 돋아난 무덤 속이 그럴까

먼 곳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는 부리 모양이 다른 새

겨울의 감정을 모자이크한다

 

되짚어 돌아 나오는 그 숲에서

마음만 출렁이던 유배의 비망록을 지우고

바람과 바람 사이 침묵으로 몸을 씻는다

 

아직 아픈 하나가 된 눈과 귀

들려도 보이지 않는 봄으로 옮아간다

 

 

 

 

 

달빛

 

 

더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 같던 그가

화선지를 펼치는 저녁

 

어디에서 온 향기일까

임계점에 이른 거친 호흡

가늘게 떨리는 붓끝의 숨이 가파르다

 

이미 꽃등을 켠 심장

화르르 열린 입술

사금을 품은 모래알갱이들처럼 흔들리고 흔들리며

 

겹치고 겹쳐지는 통증 같은 벚꽃의 떨림은

붉은 바람이 데려오는 물든 저녁을 밀어 낼 수 없다

 

어둠 속에서 부유하는 것들을 위로하던 당신

내 그림자에 얽힌 매듭을 풀려고 할 때

서둘러 핀 꽃잎 파지처럼 구겨져 흩날린다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흑각궁의 만개처럼

아픈 며칠간의 기록으로

 

푸른 달의 옷을 입은 얼어붙은 매혹은

어디로 가서 꽃을 완성하는가

 

황경숙∙여수 출생. 2009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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