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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강윤미/푸아그라 비아그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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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719회 작성일 14-06-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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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푸아그라 비아그라 외 1편

 

 

틈틈이 죽음을 먹고 자란 거위일수록

거대한 간을 소유한다

큰 간판을 내건 식당의 도마 위에는

거대한 숨을 쉬고 있는 거대한 거위가 누워 있다

거대한 손목이 거대한 간을 제압한다

 

고통이 씹히는 거위 요리를 즐기고 있는 남자들,

지켜보던 옆 테이블의 남자가 입맛을 다시며

주방을 향해 거대한 접시를 주문한다

 

누군가에게 죽음은 단지 취향이듯

잠시 후, 뚱뚱한 종업원이

거대한 접시를 들고 테이블로 다가온다

접시 위에는 거대한 간을 가진 거위 대신

간이 퉁퉁 부어오른 닭이 누워 있다

겨자 소스 밑에서의 잠은 그 무엇보다 진지하다

 

손님, 죄송합니다 거대한 숲에서 살던 거대한 거위들이 다 사라져버렸어요 거대한 숲조차 자취를 감추었어요 거대한 거위가 다시 거대한 접시가 되기까지는…… 이건 서비스입니다

 

남자는 닭가슴살 한 조각을 포크로 누르며 혼잣말을 한다

푸아그라도 알약으로 만들면 좋을 텐데 말야!

 

 

 

 

 

고백

 

 

고백은 너와 나만 들어갈 수 있는 방

너와 내가 들어가면

문이 닫히는 장소

네가 나인 것처럼

내가 당신인 것처럼

우리의 이름을

바꿔 불러도 좋아

 

당신의 고백으로 이 밤은 좀 더 오밀조밀하고

단독적으로 빛나지

우리 둘만 동그랗게 안아주는 소파 같은 속삭임

우리 둘이 아닌 것들은 사각으로 내모는,

비정해서 어여쁜

 

고백, 포근한 이불을 덮은 느낌

영원할 것처럼 까만 밤은 그저 까맣고

또 하나의 고백

또 하나의 감정

밀려오는 감정과 밀치는 감정 사이

누가 침범할 수 있을까

 

들썩이는 당신의 어깨

울먹이는 나의 눈썹

고백의 처음과 끝

 

강윤미∙1980년 제주 출생. 201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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