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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김민호/단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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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309회 작성일 14-06-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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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단추 외 1편

 

 

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고

제 몸 들여놓을 틈을 쳐다본다

이미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듯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실눈만큼의 통로를 내놓은 구멍

차가운 시선을 뚫고

가는 빛이 새어나오는 곳으로

힘껏 머리를 밀어 넣는다

싱겁게 채워진 짧은 자리

언제 내칠지 모를 위태로운 저 문턱

어둠만을 잔뜩 묻히고

툭 벗겨지기 일쑤였다

올가미처럼 칭칭 조여드는 수많은 올들

여러 번의 채우기로 헐거워져

꺾인 목을 겨우 지탱해야 하는

자리를 찾아 헤매야 할 세상 속에서

오늘도 달랑거린다

 

 

 

 

 

목단꽃이 피었습니다

 

 

목단이 가득 핀 채전밭

꽃 한창일 때

가족사진 꼭 한 번 찍자시던 아버지

나와 같이 뿌리를 내려

삼십 년 마당을 지킨 목단이

활짝 문을 연

마지막 오월의 푸른 첫 날

아버지, 어머니, 아내, 아들이

렌즈 안에서 반짝반짝 피어났다

 

셔터 너머로 인화되던 자줏빛 향기들

핏빛 가슴을 적시고 있건만

소원을 풀었다는 듯

무심한 연록의 바람을 따라

꽃송이 하나 붉게 지상을 떠나고서야

사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라진 풍경 안으로

지워지지 않을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무서리 내리는 머릿속

옹이 튼 말을 봄날마다 되내였다

 

‘목단꽃이 피었습니다 아버지’

 

김민호∙경남 양산 출생, 2010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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