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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한해미/호수 속 구름무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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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미/호수 속 구름무덤 외 1편
구름이 내려와 호수에 몸을 담근다
호수 속 구름무덤에 사는 물고기
구름무덤은 젖지도 않고 문도 없는데
물고기는 즐겁게 유영한다
말과 말이 부딪혀 상처를 주고
고립되어 고독하단 말 없이 부유하는
물고기는
다시 아름다운 장면을 그린다
만져도 만져지지 않는
호수 속 구름무덤에 사는 물고기
우리가 보는 것이나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겨울 아침 유리창에 핀 성에꽃
물속의 구름은 젖지 않는다
다만 사람의 마음만 젖을 뿐이다
젖은 마음이 애달프다
낡은 그림자
오른쪽 얼굴에 달빛 분칠한 남자가
새벽 두 시를 걸어가는 그림자
왼쪽 무릎이 세 시 이십 분을 통과하는 새벽
사람이 떠난 빈집의 유리창 물방울들 흩어지면
낮은 지붕 위에 낡은 그림자 몇 가지 늘어져 있다
색 바랜 문은 굳게 닫은 입
묵언만 버려져 있는 골목
누군가 버린 빈 의자에
늙은 고양이 한 마리
누런 수염에 허기만 매달려 있다
찢어진 벽지에 핀 붉은 곰팡이
현재의 화석으로만 남은 산복동네
무너진 벽담 틈으로 간신이 기어 나온 새끼 고양이
엄마 찾는 울음이 골목을 굴러다니는
한 생을 바라보는 어느 날
내 카메라 렌즈 시선은
오래된 시간과 지금 이 시간의 경계에 서 있다
한해미∙2010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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