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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한해미/호수 속 구름무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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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009회 작성일 14-06-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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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미/호수 속 구름무덤 외 1편

 

 

구름이 내려와 호수에 몸을 담근다

호수 속 구름무덤에 사는 물고기

구름무덤은 젖지도 않고 문도 없는데

물고기는 즐겁게 유영한다

 

말과 말이 부딪혀 상처를 주고

고립되어 고독하단 말 없이 부유하는

물고기는

다시 아름다운 장면을 그린다

 

만져도 만져지지 않는

호수 속 구름무덤에 사는 물고기

우리가 보는 것이나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겨울 아침 유리창에 핀 성에꽃

 

물속의 구름은 젖지 않는다

다만 사람의 마음만 젖을 뿐이다

젖은 마음이 애달프다

 

 

 

 

 

낡은 그림자

 

 

오른쪽 얼굴에 달빛 분칠한 남자가

새벽 두 시를 걸어가는 그림자

왼쪽 무릎이 세 시 이십 분을 통과하는 새벽

사람이 떠난 빈집의 유리창 물방울들 흩어지면

낮은 지붕 위에 낡은 그림자 몇 가지 늘어져 있다

색 바랜 문은 굳게 닫은 입

묵언만 버려져 있는 골목

누군가 버린 빈 의자에

늙은 고양이 한 마리

누런 수염에 허기만 매달려 있다

찢어진 벽지에 핀 붉은 곰팡이

현재의 화석으로만 남은 산복동네

무너진 벽담 틈으로 간신이 기어 나온 새끼 고양이

엄마 찾는 울음이 골목을 굴러다니는

한 생을 바라보는 어느 날

내 카메라 렌즈 시선은

오래된 시간과 지금 이 시간의 경계에 서 있다

 

한해미∙2010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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