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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정미소/목마 끌라빌레뇨의 비행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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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목마 끌라빌레뇨의 비행 외 1편
까딸루냐광장에서
말을 타고 우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말의 안장에 올라
나무 못 숫자판에 적힌 나라의 숫자에
동전을 넣으라고 한다
알타이산맥을 넘어 달나라
약속의 바다로 가고 싶은 나는 숫자판 5에
동전을 넣었다
귓가에 요란한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
말은 단숨에 대기를 가르며 그의 숨결이 살아있는
약속의 바닷가에 나를 내려놓았다
그물코를 깁고 있는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 동안의 안부를 물으니 그는
혼자인 것도 연습이 쌓이니 괜찮다고 한다
나도 약속의 바다가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수명이 다한 말의 안장에서 내렸다
까딸루냐광장에 빵빠레소리가 요란하다
기마단이 열 맞추어 행진을 하며
나를 씽긋 쳐다본다
그를 만나고 온 비행을 축하하는 행진 같다.
슬로스광장 뮌스터성 앞에서
백남준의 작품 ‘21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를 본다. 은색 옷을 입은 찌그러진 포드자동차와 한쪽 어깨가 내려앉은 칼 벤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폭스바겐비틀과 애꾸눈 캐딜락이 서로 등을 기대고 있다. 괴테하우스거리에서 본 은발의 노인들이다. 은발의 노인들 나무그늘에서 헐거워진 틀니의 보철을 이야기하며 체스를 둔다. 다리를 고쳐 앉을 때마다 고관절에서 녹이 슨 자동차의 베아링 맞물리는 소리가 난다. 백남준의 32대의 자동차 화려한 시절도 있었지만 추억만이 아름답다. 비문에 새기듯 백남준의 따뜻하고 섬세한 손이 은발의 자동차 등을 다독거린다. 노을이 내려앉은 슬로스광장 스피커에서 모차르트의 ‘장송곡’이 흐른다.
정미소∙2011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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