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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금시아/작전타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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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769회 작성일 14-06-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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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아/작전타임 외 1편

 

 

꿈을 꾸었다

어금니 몇 개 뭉텅 빠졌다

근질근질한 잇몸에서 구더기 몇 마리 나왔다

처음엔 몇 마리, 다음엔 우루루 무더기로

꾸역꾸역 몇 번을 뱉어내자 체증 가라앉은 것처럼

꿈속인데도 개운했다

잘못 들어선 간이역

내가 사막에서 길을 잃고 모래폭풍을 맞고 있을 때였다

세상은 저 혼자 살기에 바빠 나를 밀치고 멀어져 가고 있을 때였다

꿈이 징그러워 깨어나서도 자꾸 잇몸을 더듬어 보았다

 

그 사람이 푸른 날개를 가만히 접던 전날, 꾼 꿈이었다

 

들끓고 있던 체념의 폭발이었을까

회오리 지난 후의 정적처럼

사막 저 끝에서 나타난 신기루처럼

내리막이 보였다

내 고비사막은 그렇게 끝나 가고 있었을까

그가 내 몫의 무거운 짐까지

다 짊어지고 간 꿈이라고, 사람들은 해몽해 주었다

 

내 짐이 너무 무거워

그는 아직도 고비사막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깨고 나니 또 꿈이다. 아니, 아직도 꿈속인가

 

 

 

 

 

미훈微醺에 들다

 

 

의암호수를 점령한 봄, 그 양 팔의 기울기는

바람 한 잔 무게 쪽으로 수평이다

호수가 탁본한 풍경들의 살갗

낮술 한 잔 마신듯 파르르 일렁이는

그 미훈*의 경지 엿보기

나는 발을 툭툭 털고 물 위를 걷는다

구름 징검다리 겅중겅중 건너는 발 아래

풍덩 욕탕에 들어 있는 저 하늘

한 떼의 자전거 우르르 지나는데도 요동 없는데

산기슭 노란 동백꽃의 흠칫 놀란 고양이눈처럼

강가 충혼탑에 제수 한 잔 올린 느티나무

그 물빛 낯이 미심적다

미스타페오 저 여자조각상 그리움의 빈자리엔

바람만 머물다 가고

울컥 나는 그 외로움을 마신다

한 잔의 연둣빛 봄맛, 바람 너는 아니?

산비탈은 저물도록 저 농부를 붙들고 무슨 얘기 중인지

바짝 귀를 구부린 저 허리는 가이아의 연인

둘의 밀어, 그 농담農談 수위가 높아질수록

호수가 탁본한 하루, 점점 붉게 물들어간다

그 호수 한 잔 들이키고

내 온몸 물들어

스캔들 하나 조작하고 싶은 봄날, 거기에 있었다

 

* 중국 수필문학가 임어당 생활의 발견에서 나오는 말. 약간 취기가 오른 기분 좋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금시아∙2011년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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