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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박철웅/어쩐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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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649회 작성일 14-06-0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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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웅/어쩐다 외 1편

 

 

어쩐다, 내일은 당신에게 맡기라는데, 그래도 내일이 걱정되는 걸, 어쩐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비둘기 식탁처럼 풍성하고, 깨알 같은 내일은 먹물처럼 덮쳐오는데, 밤이 되면 은밀하게 후려치는 데, 어쩐다, 내일은 비, 내일은 먹구름, 아아 당신은 무슨 요일일까, 잃어버린 날들이 일요일처럼 몰려오고, 교회 첨탑에서는 종만 저 홀로 흔들리고 있는데, 어서어서 오라고 울고 있는데, 어쩐다, 허수아비처럼 바람에 나부끼는데, 당신은 희미하고, 어디선가 폭주족의 팡파레 소리 들리는 데, 그냥 눈 감을까 생각도 해보는데, 어쩐다, 오늘도 날은 저물고 터벅터벅 돌아오던 아버지 생각 빗물 같은데, 어쩐다, 바라보는 저 마알간 눈, 비둘기처럼 오목한 등이 저무는데, 어쩐다, 어쩐다,

 

 

 

 

 

찾다

 

 

하루종일 당신을 썼는데 한 문장도 남아있지 않네 머리를 쥐어짰는데 손톱만 갈라지고 두통약을 먹었는데 설사를 하네 하루가 짧다고 이틀만 달라 했는데 당나귀가 지나가네 하루종일 베란다에 서 있는 까닭을 찾았는데 멀리 뭉게구름이 흘러가네

 

카카오톡에 실린 아버지 얼굴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내 얼굴만 나타나네 한 통의 전화가 왔는데 햇살이 쏟아지네 편지를 보냈는데 안개가 자욱하네 누군가 나를 욕보이는 거라고 투덜거렸는데 한 아이가 씽긋 웃고 그림자가 댕그르르 굴러가네

 

난간에 서 있자 허공이 들러붙었다 나는 촛농처럼 웃음을 흘리고 뒤돌아 보았다 심장은 타들어 가고 바람이 달짝지근하게 스쳐 갔다 한숨이 나왔지만 그때마다 몸은 녹아내리고 풍경은 저무는 해를 안고 깔깔거리네

 

어질러진 문장을 버리자 풍경이 한 페이지씩 나타났다 두통약을 버리고 베란다를 버리고 하루를 버리고 나를 벗었다 그러자 이메일이 요란하게 달려왔다 거울 속 아버지는 나와 아이와 오버랩되고 있는 중이다

 

박철웅∙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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