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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유안나/킬링필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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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나/킬링필드 외 1편
내 속에 해골탑骸骨塔 하나 있네
어린 해골 늙은 해골 젊은 해골
사기꾼 해골 난봉꾼 해골 여자 남자 해골들
해골 밑에 해골 해골 옆에 해골 해골들 쌓여있네
죽창에 찔려 구멍이 난 해골
칼자국이 난 해골
어느 해골은 총 구멍이 뻥 뚫려있고 어느 해골은 으스러져있고
나는 그 해골들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고 인사를 하네
하이 해골 그 동안 잘 지냈나요
오늘 뭘 하고 지냈나요
해골과 함께 말을 하고 밥 먹고 싸우고 사랑을 했네
꿈속의 사랑은 애틋도 하여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네
나 어쩌면 누구의 해골 탑 중의 하나인지 몰라
해골이 잠깐 살을 붙이고 옷을 입고
누구의 꿈속에 살고 있는지 몰라
누군가는 꿈속에서 나를 본 기억으로
섬뜩한 아침을 맞을 지도 몰라
시퍼런 숲속에 칼날 같은 아침이 들어와 박히네
비등점
뚜껑을 들썩이며 사랑을 내뿜으며
삐 삐 삐삐 발광발랑 다 떨면서
저리 악다구니를 퍼부으면서도
제 몸 축 내면서도
스스로 그 불을 끌 수 없다니
주전자에 파리 한 마리 앉으려다
앗 뜨거워, 날아간다
붕붕 여기서 저기로 날아다니던
눈빛들이 tv 화면 속으로 들어간다
막장 드라마의 불륜남 뺨이 시뻘겋다
화면 속의 여자와 화면 밖의 여자가
동시에 비등점이다
보이지 않는 불꽃이
심장 한 접시를 끓이고 있다
한낮이 활활 잘도 타고 있다
까맣게 탄 공기의 몸을 들어올리며
환풍기가 돌아간다
하얀 연기가 뭉쳐지며 풀어지며 꾸역꾸역 나온다
유안나∙2012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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