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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윤성아/장면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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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장면에서 외 1편
폭포의 분위기로 떨어지는 적막, 적막을 귀에 걸은 몸, 몸이 소멸하는 온도, 온도에서 부화하는 폭죽의
지휘가 있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턱을 들었죠 스탭들도 따라서 턱을 듭니다 모두의 고개가 젖혀지고 모두의 턱이 떨립니다
헤로인,
오, 헤로인,
파도의 분위기로 왔다 가는 착시, 착시가 적신 몸의 눈, 눈에서 부화한 섬망, 섬망이 정지하는 거울의
지휘가 있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턱을 내렸죠 스탭들도 따라서 턱을 내립니다 모두의 고개가 떨어지고 모두의 턱이 떨립니다
헤로인,
오, 헤로인,
나는 나를 믿습니다 나를 믿는다는 것은 나를 봤던 것 아니겠어요 (웃음) 나를 봅니다 누군가의 턱이
뚜벅뚜벅뚜벅뚜벅
굳어가나요 스탭들이 놓친 그러나 깨진 장면이
훌홀홀홀홀홀
아, 그것은 당신들이 자리를 비우듯
나의 턱이
점점점점점점
짧아지는 거였어요
(웃음)
서울
안방 문틈으로 보이던 그의 성기는 크고 두껍고 높았다 그의 목소리처럼 나의 시선이 위를 넘었다 뒤집어졌다 어머니는 등 돌리고 있었나 거기서 나의 먼 동생이 우는가 나의 늦은 소변 소리가 멀게 들렸다
크고 두껍고 높은 것은 이곳에 더 많았다 이 골목을 드나들던 청소부의 목장갑은 의붓아버지처럼 그런 것이었다 퇴근길 마주친 목장갑의 청소부는 새 옷차림이었다
먼 곳에서 만난 사내가 오늘부터 애인이다, 하고 말했다 오늘부터 애인이던 사내는 먼 곳에서만 만난다
수화기 넘어 어머니 목소리는 크고 두껍고 높게 등 돌린 것처럼
밤에 만난 청소부는 서울 사람같이 아침에 만난 청소부는 고향 사람같이 청소부는 어느 쪽에서도 어려운 사람이다
먼 곳에서 만난 애인이 웃었다 이불을 벗기고 불을 껐다 늦은 소변 소리처럼 줄줄이 옆으로 새는 눈물이 자국처럼 그러나
소문뿐이다
그가 신음을 내뱉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어느 날 안방 문틈으로 보인 것은 식물처럼 마르고 비틀어진 그것이기를
쉰내가 난다
내년 어머니 목소리는 너무나 작게 그러나 얇게 그러나 낮은 거기서 먼 동생이 원망하듯
이곳에서 혼자일 때만
어떤 무엇이 들린다
어떤 무엇이 보인다
먼 곳에서 애인이 먼저 웃는가
그리고 늦게
내가 웃는가
윤성아∙2012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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