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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문정희/재수록/“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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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631회 작성일 14-06-06 14:05

본문

문정희

지난호 Art-Artist에 일부 오타가 있어 재수록합니다

“응” 외 1편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 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머리 감는 여자

 

 

가을이 오기 전

뽀뽈라*로 갈까

돌마다 태양의 얼굴을 새겨 넣고

햇살에도 피가 도는 마야의 여자가 되어

검은 머리 길게 땋아 내리고

생긴 대로 끝없이 아이를 낳아볼까

풍성한 다산의 여자들이

초록의 밀림 속에서 죄 없이 천 년의 대지가 되는

뽀뽈라로 가서

야자잎에 돌을 얹어 둥지 하나 틀고

나도 밤마다 쑥쑥 아이를 배고

해마다 쑥쑥 아이를 낳아야지

 

검은 하수구를 타고

콘돔과 감별당한 태아들과

들어내 버린 자궁들이 떼 지어 떠내려가는

뒤숭숭한 도시

저마다 불길한 무기를 숨기고 흔들리는

이 거대한 노예선을 떠나

가을이 오기 전

뽀뽈라로 갈까

맨 먼저 말구유에 빗물을 받아

오래오래 머리를 감고

접은 머리 그대로

천년 푸르른 자연이 될까

 

*멕시코 메리다 밀림 속의 작은 마을 이름.

 

문정희∙전남 보성 출생. 서울에서 성장.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현대문학상(1976),소월시문학상(1996), 정지용문학상(2005) 등 수상. 2008년 한국예술평론가협회가 주는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수상. 미국 아이오와대학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가(1995). 2010년 스웨덴에서 수여하는 <시카다상> 수상. 대표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나는 문이다, 다산의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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