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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미니서사/박금산/먹지 말아야 할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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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서사
박금산/먹지 말아야 할 식품
검은 MCM 핸드백, 금박 지퍼를 열고 물건들을 살핀다. Metrocity 지갑, SK 텔레콤 멤버십 카드, 현금영수증 카드, PAT 멤버십 카드, 홈플러스 패밀리 카드, 우리은행 방학동 지점 ○○○ 계장 명함, 하나로 창동 뷰티플렉스 카드, KB 포인트리 카드, 농협하나로마트 멤버십 카드, 이순례 주민등록증, 먹지 말아야 할 식품 메모, 석류, 오가피, 식물성 호르몬 약, 홍삼, 갱년기에 좋다는 약 먹지 않기, 감초, 당귀.
화장품 파우치, 그 속에는 분첩, 눈썹연필, 루즈, 로션 샘플 2개, 그리고 여행용 티슈, 휴대전화 케이스. 전화기는 없고 귀퉁이 닳은 케이스만 있다. 휴대전화 케이스에 전자자물쇠 마스터키가 달려 있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는 굽 달린 중고 끈 샌들 한 켤레. 주민등록증 주소지 서울특별시 도봉구 방학동 6**-2. 내용물 점검 완료.
창동 운동장 근처에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체통에 들어가지 않아 택배로 보냅니다. 다른 중요한 내용물은 누군가 훔쳐간 것 같습니다. 지갑 속 주민등록증에 있는 주소로 보냅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간단한 메모를 작성한다.
우체국 택배 접수원이 묻는다. “내용물이 뭔가요?” 나는 답한다. “가방입니다.” 접수원이 묻는다. “보내시는 분 전화번호는 어떻게 되나요?” 나는 망설인다. 갱년기에 좋다는 약 먹지 않기……. 나도 언젠가 그 나이대의 남자가 될 예정이지만 크음……. 나는 되묻는다. “꼭 필요한가요? 전화번호?” 접수원이 말한다. “아닙니다. 받는 분은요?” 내가 말한다. “모릅니다 그건.” 접수원이 택배요금을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건넨다. 접수원으로부터 영수증을 받는다. 어떤 가방 빼앗긴 여자가 내게 머물렀던 흔적이 우편 영수증 하나로 남는다. 이름 이순례.
박금산∙1972년 여수 출생. 2001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소설집 생일선물,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연작소설 바디페인팅.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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