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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이명수/내 나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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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내 나무 외 1편
수월봉 아래 바람 언덕
깡마른 나무 한 그루 위태롭게 서 있다
밤낮 두 이레 열나흘 샛바람,
미궁 속에 중심을 둔다
바람의 기울기를 가늠해
몸의 기울기를 맞춘다
어둑하게 서서
바람을 쓰다듬어 길을 내주는
검은 초록의 아득한 번짐
애잔하다
빛의 알갱이가 쏟아져 내리는
차귀도 해넘이
황홀한 풍경 앞에
쓸쓸함을 풀어낸다
한 백 년 바람 먹은 내 나무
바람이 지쳐 잠드는 밤이면
서천 꽃밭을 향해 묵상한다
뿌리의 내공이 파도 너머 샛바람을 넘는다
붉은 돔
회를 좋아하는 친구가
수조에서 펄떡이는 붉은 돔 한 마리를 가리키며
저놈을 잡아달란다
웬다트 부족 마을에선 사냥하기 전에
짐승에게 큰소리로 알린다
우리 집 식구가 다섯인데
노모는 병들어 신음하고 어린것들은 며칠째 굶었다
짐승이 알아듣고 눈을 껌벅이면
원주민 사내는 비로소 활시위를 당긴다
상 위에 올려진 후에도 껌벅거리는
붉은 돔의 눈을 피해 바다만 바라보다
젓가락을 놓아버렸다
한라산소주 털어넣고 큰소리로 말한다
잡아먹으려면 사전에 알리고 잡아먹자
일방적으로 잡아먹으면 겁탈이다
우리의 습習을 어찌하랴
웬다트 부족들이 사는 마을로 가자
이명수∙197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공한지, 울기 좋은 곳을 안다, 風馬 룽다 외 다수. 시선집 백수광인에게 길을 묻다. ≪시로여는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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