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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최춘희/궁평항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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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524회 작성일 14-06-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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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희

궁평항 외 1편

 

 

 

바다가 방파제 옆구리까지 출렁거렸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 쪼아 먹겠다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갈매기 떼

아이를 목마 태우고 젊은 아빠는 싱글거리고

가방을 둘러맨 여자 손가락으로 파도 가리키며

깔깔깔 웃음폭탄이다

천막 친 노천식당 오고가는 소주잔에 회 한 접시, 조개구이,

장어 굽는 냄새와 연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왁자지껄 축제 한 마당

일몰이 아름답다는 이곳에서 사나흘쯤 잠수타고

갯바위 낚시나 하며 어스렁어스렁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무인등대 불빛 깜박이는

입파도, 국화도로 숨어들까나

끝끝내 부치지 못한 가슴 깊숙이 연서를 꺼내

해풍에 조각조각 날려 보낼까

검푸르게 출렁이는 물길을 열어 감춰진 처녀지

보여주는 섬과 섬 사이 아득하다

 

수평선 멀리 무동력 배 한 척 같은 마음 띄어본다

 

봄꽃들 흐드러지게 꽃잎으로 날리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꼬리의 힘

 

 

 

어시장에서 팔뚝만한 장어를 샀다 가게주인은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얼음에 냉장시켜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주었다

압력솥에 넣고 푹푹 고아 먹으면 죽었던 이도 살릴 보약이라고 말을 보탰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녹지 않는 죽음의 무게, 관 속에 누워있는 토막 난 그의 영혼은 검푸른 심해 어디쯤에서 헤엄치고 있나

 

머리 잘린 채 토막 난 사체로 그는 우리 집 주방으로 운반되었다 관 뚜껑을 열고 그를 꺼내자 펄떡 몸을 일으켰다 아직 죽지 않았다고 증명이라도 하듯 꼬리를 꿈틀거렸다

 

숨을 놓는 순간까지 팽팽하게 긴장의 끈 놓지 않았던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무덤 속에서도 생을 불태우는 바로

 

그 힘!

 

최춘희∙1990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세상 어디선가 다이얼은 돌아가고, 종이꽃, 소리 깊은 집, 늑대의 발톱, 시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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