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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백인덕/아버지의 철모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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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045회 작성일 14-06-06 13:18

본문

백인덕

아버지의 철모 외 1편

 

 

 

함부로 열 수 없는 문 한 짝,

회색 벽 한 가운데 박혀 있다.

십자형으로 그어진

이 빠진 대검 자국,

죄와 구원의 길이 맞물려 흔들린다.

내 군번은 19907677, 아버지는

수도사단 2대 수색중대장 출신, 선임자는

설악동 계곡에서 목이 잘렸다고 했다.

실탄 세 발 남은 권총과

계급이 선연한 철모,

백여 명의 전사통지서와 함께

아버지는 원하지 않는 특진을 했다.

왼쪽 눈썹이 가려진 아버지의 사진을

앨범에서 꺼내 문

한 가운데 마른 침을 발라 붙인다.

맞물려 흔들리는 죄와 구원의 돌기,

나는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야 하는가.

회색 벽 한 가운데 박혀 있는

아직도 열 수 없는 문 한 짝.

 

 

 

 

 

난경難境 읽는 밤

―균均에게

 

목 치러 가자,

목 치러 가자.

 

깃 헤진 마음 천리를 가면,

구월, 태백 지나 지리산까지 골마다

널린 주검, 봉우리마다 맺힌 피 안개.

등 펴고 구름 산算할 자리,

쪼그려 똥이라도 쌀 데

더는 없으리,

더는 없으리.

 

억조창생億兆蒼生 죄가 많아,

억조창생億兆蒼生 죄가 많아,

 

벌써 찬장에 독주毒酒가 떨어졌나, 빈 것 같은

술병을 끌어 모아 한 잔의 불을 완성하는 새벽,

―“어떤 혁명도 순전히 개인적인 독창성의 결과는 아니다

그런 독창성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는 광기이다. 광기는

자아에 구속된 혁명적 자유이다”-존. 버거

타는 목으로 뒤란 대숲을 서성인다.

 

그만 책장을 덮자,

무릎 위 장검 빼어들고 개 한 놈 치자,

서럽지 못해 휘두르는 칼날엔

쓰윽, 보리 싹 떨어지는 소리,

제 목이나 다시 질끈 동여매자.

 

백인덕∙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된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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