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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김경후/박쥐난이 있는 방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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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박쥐난이 있는 방 외 1편
텅 빈 녹음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다
박쥐난은
침묵에 들러붙어 산다
이것밖에 없는 방에선
이것만이 생존법
침묵에게
물 줄 시간
눈 감는 소리와 굳어가는 혀조차
조심할 것
잠자코
까맣게 시든 채 돋아나는 이파리
침묵과 죽음 사이
그 마지막 모퉁이에 박쥐난은 붙어 있다
텅 빈 녹음테이프가 돌고 있다
백야
텔레비전 켜두고 잠든 밤
그래설까
아무도 없는 회벽 복도
흰 모래 흩어진 바닥
꿈꾼 거
거기 맨발로 홀로
서 있는 거
그래, 텔레비전 켜고 자서 그래
아무도 없이 서걱거리는
모래 발자국들
흰 벽 흰 문 흰 하늘
창문에 어른거리는 흰 이름들
어떻게 난 그것들을 불렀을까
텔레비전 켜둬서 그래
그래서야
밤새 텔레비전 켜둔 날
오늘의 운세 : 밝은 생각을 하세요.
난 이미 지나치게 빛을 많이 받은 사람
김경후∙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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