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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김병호/설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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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설날 외 1편
둘은 일란성 쌍둥이였고 함께 대학입시에 실패했다
둘은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했고 이것으로 팔자에 없던 대학을 눈에 담았다
형은 공고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동생은 인문계에서 놀았다
둘은 각자의 잔머리를 모았다 각기 다른 대학을 지원한 둘은
형이 두 번의 실기를 책임졌고 동생은 두 번에 걸쳐 필기시험을 보았다
형이 실수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대자 면접관이 동생의 것으로 바로 잡아줄 정도로 둘은 똑같았다
둘 모두 대학에 떨어진 이유는 인문계를 다니던 동생이 10등급 내신으로 유감없이 발휘한 찍기 실력 때문이었다
20여 년 전, 둘은 피 튀게 싸웠다 다시는 안 볼 다짐을 한 싸움이었다
설 차례상 앞에 선 철없는 두 중년
흉터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불콰하다 또 싸운다
오줌 묻은 자지
여자는 모를 거다
새벽녘 곤히 자는 여자의 손에 슬그머니 쥐어준 자지에 묻은 오줌을
입 주변에 묻는 것이 음식만이 아니듯
여자는 알 거다
웃음도 쓸쓸함도 심지어 죽음의 흔적까지 묻어있는 입처럼
자지가 묻히고 다니는 낡은 욕망과 상념들을
여자는 모를 거다
세상에 물러지는 독기처럼, 자지처럼
내 무른 욕망에는 손바닥에 배인 습관적인 체온이 제격인 것을
그래서 여자는 계속 잘 거다
잦아드는 욕망의 빈자리에 퇴적되는 것은 두터운 잠이기에
달디 단 오줌 묻을지언정 익숙함 때문이기에
여자는 외면할 거다
무성했던 내 꼴림의 방향에 관해
이렇게 시들어가는 딱딱한 것들에 관해
여자는 꿈꿀 거다
서 있는 것이 사람이라 했으나 사람 아닌 것들
자지에 묻어나는 순한 지린내와 평안을
여자는 깰 거다
다 털지 못한 몇 방울 오줌의 감촉에 놀라
목련에 쌓인 눈처럼 알아채지 못하게
김병호∙1998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포이톨로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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