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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구회남/신고부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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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회남/신고부전 외 1편
모르페우스는 말했지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모르핀을 맞은 것 같이
시월드에서는
시금치가 귀를 자르고, 눈을 감고, 지퍼를 닫고 3년을 가라 했다
유령은 유령에게 박 씨 집안의 선후배 관계일 뿐이라고
1004자리를 내려오라고 종주먹 댈 때
메리다가 찾아와 젖은 어깨를 맡기며 뮤즈가 됐다
그날 오후 3시 난생 처음 먹은 송이버섯이
입 안 가득 보랏빛 향으로 남아 피스톨을 돌리니
오르페우스의 무덤이 있는 섬으로부터 미풍이 불어왔다
먼 바다가 되고자 굳은 다짐을 하는 허파는
끔찍하도록 시렸고 청량산을 바라볼 때
고개를 넘어가는 일몰은 마지막인 듯 불탔다
오르페우스는 말했다
시월드에서는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프로포폴을 맞고 분노만 삭이는 날 사진만 찢었다
묵언 중
율동공원 호수에서 오리 새끼 9마리를 키운 거위가
물 밖으로 나와서 왼발을 든 채, 고개는 꺾어 왼 등에 기댄 채
눈을 지그시 감고 한 발로 서 있었다
물이 얇은 곳으로 새끼를 몰고 가면
송사리 떼를 만날 수 있던 까칠했던 봄, 보름달 밤
두 마리는 산고양이가 물고 갔다
땡볕에 숨이 헉헉거리는 여름날도 거위는 뒤뚱거리며
품 안에 품고 질긴 장마를 피했다. 가을
베스가 다 잡아 먹은 식탁 때문에 깊은 호수 속으로 들어가서
짧은 부리를 물속 깊이 처박고 뒷다리 허공에 벌린 채 먹이를 찾아보는데
깊이 있는 곳으로 갈수록 목은 짧기만 했다
똥구멍은 하늘로 치솟고 숨이 벅찬 하우스푸어는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는 가족 때문에 왼발을 든 채
고개를 꺾어 왼 등에 기댄 채
사원으로 가서 문 닫을 때까지 집으로 오지 않았다
구회남∙2006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하루 종일 혀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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