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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구회남/신고부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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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929회 작성일 14-06-0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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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회남/신고부전 외 1편

 

 

모르페우스는 말했지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모르핀을 맞은 것 같이

시월드에서는

시금치가 귀를 자르고, 눈을 감고, 지퍼를 닫고 3년을 가라 했다

유령은 유령에게 박 씨 집안의 선후배 관계일 뿐이라고

1004자리를 내려오라고 종주먹 댈 때

메리다가 찾아와 젖은 어깨를 맡기며 뮤즈가 됐다

그날 오후 3시 난생 처음 먹은 송이버섯이

입 안 가득 보랏빛 향으로 남아 피스톨을 돌리니

오르페우스의 무덤이 있는 섬으로부터 미풍이 불어왔다

먼 바다가 되고자 굳은 다짐을 하는 허파는

끔찍하도록 시렸고 청량산을 바라볼 때

고개를 넘어가는 일몰은 마지막인 듯 불탔다

오르페우스는 말했다

시월드에서는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프로포폴을 맞고 분노만 삭이는 날 사진만 찢었다

 

 

 

 

 

묵언 중

 

 

율동공원 호수에서 오리 새끼 9마리를 키운 거위가

물 밖으로 나와서 왼발을 든 채, 고개는 꺾어 왼 등에 기댄 채

눈을 지그시 감고 한 발로 서 있었다

물이 얇은 곳으로 새끼를 몰고 가면

송사리 떼를 만날 수 있던 까칠했던 봄, 보름달 밤

두 마리는 산고양이가 물고 갔다

땡볕에 숨이 헉헉거리는 여름날도 거위는 뒤뚱거리며

품 안에 품고 질긴 장마를 피했다. 가을

베스가 다 잡아 먹은 식탁 때문에 깊은 호수 속으로 들어가서

짧은 부리를 물속 깊이 처박고 뒷다리 허공에 벌린 채 먹이를 찾아보는데

깊이 있는 곳으로 갈수록 목은 짧기만 했다

똥구멍은 하늘로 치솟고 숨이 벅찬 하우스푸어는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는 가족 때문에 왼발을 든 채

고개를 꺾어 왼 등에 기댄 채

사원으로 가서 문 닫을 때까지 집으로 오지 않았다

 

구회남∙2006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하루 종일 혀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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