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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김현옥/나무라는 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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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나무라는 것 외 1편
내 안의 명령대로
제철 따라 잎 내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다
잎 내고 꽃 피우기 전
이미 마음속에 그려진 지도
스스로 나를 이루며 나답게 안과 어울려 살 뿐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는다
그러니 내게 어떤 명령도 내리지 말라
너와의 다툼과 경쟁, 자랑도 내게는 헛것
그런 겉멋이야 뿌리 없는 자의 것
홀로 서 있어도
햇빛과 땅의 숨결이 내 속에서 만난다
뿌리는 뿌리에게 기대어 서 있다
나무는 나무끼리 서로 어울려 있다
새와 바람이 함께 어울려 있다
나무를 베어내는 인간조차도
나무에 기대어 산다
목숨을 적시는 물조차도
나무에 기대어 있다
남해 아침과 만나다
잔돌 간질이는 물결소리
남해에서 줍는다
마음 어지러울 때 풀어주는
음악이 되리라
물결 스며들어 단풍 든
갯돌 줍는다
좁은 공간에 잡혀 허우적거릴 때
저 하늘 너머
별의 속삭임 들려주리라
봄파래 하느적거리는
바닷물의 속살을 본다
수십 번 파도의 리듬에 흔들렸던
내 마음의 풍경
바닷가 산기슭 풀벌레소리
찔레꽃 향기가 난다
풀잎 이슬만으로도
노래하는 기쁨 일깨워주리라
김현옥∙2008년 ≪서정과상상≫으로 등단. 시집 내가 오늘 사는 것은, 내가 머무르고 싶은 곳, 서리뱀에게 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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