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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여름)신작시/이두예/전어 굽는 저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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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예/전어 굽는 저녁 외 1편
전어가 고소하게 구워지고 있었지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슬리퍼를 끌고 나간 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어 바싹 구워진 전어를 오드득 뼈째 씹었어 비누를 풀어 씻고 씻어도 손과 머리카락에서는 누대에 걸쳐 덧칠해 온 익숙한 기미처럼 비린내 가셔지질 않았어
전생이라면
아마도 어느 뱃전에서 물고기의 배를 따 말리는
젊은 과수를 부러워했을까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부려진 물고기들의 꼬리를 잡고 패대기쳐
아가미에 왕소금 밀어 넣듯
염장을 하는
비리다는 것,
비늘 번득이는 그을린 손으로
다글다글 소금기 날 선 가슴을
꾹꾹 누르는
전어를 굽는다
수저가 놓여 있다
노릇하게 구워진 전어를 식탁에 놓으면
즐거운 식사 시간이다
봉례언니네 맨드라미
여름 한낮이 하얗다 엄마는 언제 오시나. 담 너머 봉례언니네 꽃밭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혼자 붉어. 봉례 언니네 살금살금 걸어 가 닭볏 같은 맨드라미의 두꺼운 입술을 두 손으로 찢어버린다. 맨드라미 꽃잎 쫄깃쫄깃 찢어지고 나는 배가 고프다. 손가락을 쪽쪽 빨다 맨드라미 닭볏을 잡고 세차게 흔든다. 맨드라미 주둥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새벽을 놓친 놀란 수탉이 목청을 세우듯 맨드라미, 꼬끼오 목을 뺀다 꼬끼오 꼬꼬꼬. 봉례언니네 맨드라미, 봉례언니네 하얀 마당에 피 흘린다
봉례언니 겨드랑이 암내가 내 뒷덜미를 꽈악 잡았다
이 가시나가야
삼십육계 놓으려 했으나 발이 떨어지질 않아
엄마야, 꼬꼬댁꼬꼬꼬 엄마아
이두예∙2008년 시집 늪으로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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