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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효선/행운의 편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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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효선/행운의 편지 외 1편
김효선
행운의 편지 외 1편
이 편지는 태평양 일대에서 시작된
꽃 꽂은 북극 가자미 이야기입니다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 운동장 열 바퀴를 돌고 오세요
당신은 서서히 석회질의 몸으로 변해갑니다
측백나무는 편백나무에게로
삼나무와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면
먹지 않아도 천년을 사는 개미구멍이 나옵니다
달팽이와 거북이 유전자 조합으로 탄생한
달거북이 100주년 주화사업으로
당신은 2050년 화성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달은 왕따입니다 엉거주춤
기린 장식품으로 팔립니다 콕 찍어
꽃이 가자미를 먹었다고요?
코끼리의 주식은 계단마다 설치된 난간입니다
오염될 수 있으니 사람은 절대로 먹지 마십시오
태양이 럭비공처럼 길쭉해진 사이
푸른 소금이 서서히 서쪽으로 밀려듭니다
골목은 초파리 날개 비비는 향기로 가득합니다
뱃머리에 붙은 따개비 눈물이 히키코모리를 불러낸다는
조작된 구름이 곧 흘러내릴 것처럼 떠있습니다
가자미 옷이 사라졌다고요?
이 편지를 베링 해협 수심 사천 번지에 살고 있는
옷을 잃어버려 꽃 꽂은 북극 가자미에게 보내면
당신의 영혼은 영원히 윤슬로 반짝거리게 됩니다
이 편지는 매일 밤 25시 01분에 업로드 됩니다
천국의 표정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분명 욕실일 거야 수도꼭지는 다 잠겨 있는데 불을 꺼 기껏해야 달이나 보려고 빌어먹을 창밖은 관심 없어 그어놓은 성냥불이나 잘 보라구 타고 있어 누가 고작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무덤이면서 우리가 열매라고 부를 때 흘리는 침이 나무가 상상한 야한 생각이라면 쳐다보지 마 비밀은 촛농 아래 흘러내린 먼지눈물이야 너무 오래 굴린 나머지 웅덩이에 엄마를 빠뜨렸지 창문 좀 닫아 물 떨어지는 소리 안 들려 새의 머리가 없다면 하루가 더 길어질까 침을 묻혀 미인의 머리카락을 주워 올리는 표정 좀 봐 곁눈질은 어디까지 얼굴이니 너무 오래 숨을 참으니까 꼭지도 관절염을 앓는 거야 너는 죽어서도 태연하게 구역질나는 창문이나 썰고 있구나 아주 고요한 기술로
또……오……똑……
*김효선 200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시와 경계》 문학상 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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