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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예강/처음 듣는 당신 노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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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14회 작성일 22-12-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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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예강/처음 듣는 당신 노래 외 1편 


김예강


처음 듣는 당신 노래 외 1편 



잘 모르는 사이인 당신 노래를 듣는 밤

잘 아는 사이인 당신 노래를 듣는 밤

검은 산 눈알이 껌벅이다 더 커지는  

노래는 뱀처럼 기어나가 어떤 불빛으로 반짝이는

검은 허물을 벗어두고 밤산을 타러 집을 빠져나가는 

처음 듣는 당신 노래

곱게 봉한 편지를 받아든 저녁처럼

한 나흘 뜯지 않고 둔 편지처럼

깃 세운 편지 사연처럼

처음 듣는 당신 노래

밀납으로 봉하는 

처음의 노래들 마지막의 노래들

당신 노래에는 가사가 없는

당신 노래에는 이미지가 없는

봉인된 편지의 깃을 뜯어내는

목소리에 깃던 당신의 삶

우여곡절

가느린 칼날의 춤이 부르는 노래

겹겹 산능선이 휘감고 흐른 밤이 풀어지는 노래

잘 모르는 사이인 당신이 노래를 한다

잘 아는 사이인 당신이 노래를 한다

내 몸에서 무슨 음악이라도 들리는지

바짝 귀를 붙이고 흠칫 뒷걸음을 친다

저 달이 

두려움 없이 기쁨 없이






그녀에게


그녀에게서 빠져나와 날아가는 새
그녀가 울고 있다 고통을 벽에 기대고 
벽에 기댄 그녀가 허물어진다
그녀가 울고 있다 고통을 바닥에 기대고 
바닥에 앉은 그녀가 허물어진다
이쪽을 보고 더 울고 있다 이쪽은 
그녀가 새를 잘 떠나보내기를
새가 잘 날아가기를 바라며 그녀를 
찾아왔던 것이다
그녀가 이쪽을 보면서 잠시 
쉬던 울음을 다시 시작한다
굽어지고 기울어진 등으로 그녀가
허물어진 무릎을 감싸 안는다
잠을 자지 않는 천사가 본다고 한다
나뭇가지들을 흔들어
숲에 뒹구는 새의 울음이 날아가고
빨갛게 부은 눈들에게
힘없이 늘어진 그녀에게
그녀를 지켜주는 천사는 달려온다고 한다
슬픔도 기쁨도 느끼지 않는 천사는 
즐겁지도 고통스럽지도 않는 천사는 
밤낮없이
눈물이 흐르는 천사가 있을 뿐이다
손바닥을 펴서 들여다보면 새로 생겨난 별자리
어쩌면 수호천사의 한 쪽 날개를 쥐었던 것 같다




*김예강 2005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고양이의 잠』,『오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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