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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정동철/목련꽃 편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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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정동철/목련꽃 편지 외 1편
정동철
목련꽃 편지 외 1편
쓰다가
집어던진 편지지처럼
목련꽃은 지네
하얗게 창밖으로 지네
밤새 쓰고 버리던 날들
이쪽 저쪽으로
몸을 눕히던 날들
어느 쪽도
마음을 둘 수 없던 날들
목련꽃은
하얗게 피었다가
예고도 없이 저무네
헤어진 그녀처럼
캄캄하게
말라 비틀어지네
어둑허니
바라보던 나는
목련꽃 그늘에
몸을 숨기네
염탐꾼
바깥이 궁금해서 꽃을 피우는 거다
바람이 되려고 싹이 자라는 것이다
눈이 녹은 것 같은데
날이 풀리는 것 같은데
졸졸졸 개울물 소리가 들리는데
읏쌰 읏쌰 물관을 따라
펌프질해 올린 땅 속 얘기
봄 세상에 전해졌는지 궁금해서
꽃을 피워 두리번거리는 것이다
잠망경처럼 고개를 돌리다가
봄바람과 딱 눈이 마주친 것이다
얼른 고개를 내리고 땅 속 깊이
잠수하는 것이다
달개비, 참나리, 개망초를 싣고
잠수정처럼
눈녹는 겨울 땅을 염탐하는 것이다
*정동철 2006년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작가의 눈 작품상 수상. 시집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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