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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최향란/갈치를 굽는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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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53회 작성일 22-12-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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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최향란/갈치를 굽는다 외 1편 


최향란


갈치를 굽는다 외 1편



은빛이란 잠시 고흐의 꿈을 꾸는 것


죽음 앞둔 너는

팽팽히 당겨진 릴 끝에서 날카로운 아가리 벌렸다

바다를 떠나는 깊은 밤  

은빛가루 온몸으로 토해냈을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떠나와 있어도 

꼬리까지 비릿한 바다

푸른 바다 헤쳐 나가던 긴 등지느러미가 

각자의 하늘로 흩어졌다


별이 빛나는 밤에*

눈에 보이는 것만 그렸다는 고흐

아무도 사가지 않았던 화가의 가난과

행방불명된 반짝이던 어느 해 가을과

흩어진 네 등지느러미까지

또 다른 별이 되는 것이라고 웅얼거리며

죽음의 냄새를 지켜보는 시간


끝까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너의 꼿꼿한 미련


*고흐의 작품 제목.





연등



운문사 만세루에 앉아 

팔각 세계로 들어온 구름 본다

연등 골조 사이사이 한지 붙이고

풀이 마르기까지

깊고 어두운 세상 향해

한 쪽 끝만 말은 연꽃잎 펼쳐둔다

위에서 부터 하나하나 꽃잎 붙이는 손가락

허공에서 섬세하다

윗줄과 아랫줄 거리 구름 자리하고

오랜 불면과 삐걱대는 그림자는 

바람의 손길로 상하좌우 살핀다

잃었던 길 원 그리듯 돌면서

오래된 슬픔 균형 있게 붙이고 나면 

다시 바람이 되돌아올 시간 기다린다

연못에 피어있던 연꽃 보이고

세월 흐르고 흘러도 사라진 게 아니라는 소리 듣고 있다

아주 오래전 사천왕상 손에 꽃과 창 쥐어주며

우주사방 지키는 수호신 되어라 명하였다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인다

한 호흡 잠시 멈추고

꽃잎 반대 방향으로 붙이는 초록받침

구름문 활짝 열었나니 마침내 연등불 켠다





*최향란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밖엔  비. 안엔 달』. 여수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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