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77호/신작시/임미리/지극히 몽환적인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49회 작성일 22-12-29 15:45

본문

77호/신작시/임미리/지극히 몽환적인 외 1편 


임미리


지극히 몽환적인 외 1편



빛바랜 담장을 바람이 넘나든다.


진홍빛 겨울장미 한 송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오고 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휘어잡는다. 


이 겨울, 너는 어쩌자고 

저토록 선명하게 피워 담장을 넘었을까. 

따스한 햇살이 겨울도 잊게 하더니

장미의 봉오리를 맺히게 하고 

꽃 피우게 하였을 것이다. 


내일쯤 찬바람 불어와 눈이라도 내리면 

여리고 어여쁜 꽃잎은 얼어붙어 

고개를 떨구고 시들 것을 알기에 

황홀경도 잠시, 장미의 안위가 걱정된다.


세상을 사는 일도 가끔은 

때를 잊고 피어나는 장미처럼 

타이밍이 맞지 않아 비현실적일 때가 있다. 


몽환적인 표정을 애써 감추며 

황홀하게 피어나고 있는 너에게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란 그림이 연상되어 
부드러운 꽃잎이 요동친다.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계절을 잊고 담장을 넘은 장미 한 송이
지극히 몽환적인 설렘을 피워낸다.




떨켜의 시간


해 질 녘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다. 
그 햇살 앙상해진 나무를 어루만진다. 
순간 시샘이라도 하듯 몇 방울의 찬비 내린다. 

바람이 불고 뒹구는 낙엽들 
하나 둘, 아련한 꿈을 꾸는지 바스락거린다.
그 소리 천천히 따라가 보니 
고고한 소나무 옆에
세상을 누비는 자 천연덕스럽게 바짝 엎드려 있다. 

누군가 걸쳐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자신의 것이라도 되는 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근심 없이 웃고 있다.

떨켜가 없는 잎줄기처럼 
초라해진 모습을 혼자만 모르는 듯 하다.
맑은 세상을 고집하는 이의 거기 옆자리
자신의 자리인양 바짝 붙어있다.

고개를 돌리는데도 자꾸만 눈에 밟히는 그 모습
어디서 많이 본 듯하여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내려놓지도 정리하지도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화려했던 날은 빛을 잃어 시들어버리고
세상의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데
정녕 혼자만 모르는 것일까.
나뭇잎은 무슨 말 전하고 싶어 바스락거리는 것일까.




*임미리 2008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물고기자리』, 『엄마의 재봉틀』, 『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천배의 바람을 품다』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