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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이담하/잡룡시대雜龍時代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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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이담하/잡룡시대雜龍時代 외 1편
이담하
잡룡시대雜龍時代 외 1편
선거철만 되면
경선용 사퇴용 연대용 출마용
서울역과 시청과 광화문을
특별히 좋아하는 용중에 용,
오년마다 겨울에 승천하지만
올해는 장미꽃 필 때 승천할 용
더 이상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쓸 용보다 못쓸 용이 많은 나라
대선에 뛰어든
외모용, 달변용, 유학파용, 금수저용
하나같이 가정적이고
하나같이 아내만 사랑하고
하나같이 서민 음식을 좋아하고
하나같이 어린이와 어른을 섬기고
하나같이 가난한 이웃을 찾아다니는 용들
부채 탕감해 주고
잘 먹고 잘 살게 해준다는 말을
불처럼 뿜어대는 용들
지구가 공격 받을 때
맨 먼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불을 뿜을
진짜 용을 뽑아야 하는데
어느 용이 진짜 용인지 몰라서
용을 쓰고 있다
마르지 않는 늪
채워졌다가 비어지는 진통으로 여자를 어머니로 만드는 곳
물질교대로 늦은 아침과 늦은 저녁에 배 아픔, 어떻게 보면 배고프다는 말, 허기에서 온다
어떤 것에 갑절인 배
끼니의 역사이며 포만의 테이블인 배가 부르면 이웃집 여자도 넘보는 인간의 배와 지면에 가까운 개들의 배는 처지가 다르다
권력 앞에 비굴한 굴복을 표시하는 배는 모두 최전방
절명의 순간 패배를 인정하고 복종의 의미로 보여주는 배 가장 취약한 곳을 그대로 드러내어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 시키는
배는 등의 반대
좀처럼 마르지 않는 늪, 남이 잘 되면 출렁거리는 늪에 핀 배꼽, 한 송이 꽃을 위해 수없이 빨아들이고 수없이 버리고
*이담하 2011년 《시사사》로 등단. 2016년 〈한라일보〉 당선. 시집 『다음 달부터 웃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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